남아프리카공화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은 없었다.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현지인들에게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라 대답하면 당황하는 기색마저 보였다. 먼저 중국인이냐고 묻기 일쑤였고, 심지어 북한은 알아도 한국은 몰랐다. 호텔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인 루스텐버그와 포트엘리자베스 등에서 묵은 호텔 로비엔 다른 출전국들 국기는 걸려 있어도 태극기는 없었다. 월드컵 출전국 국기를 파는 길거리 상점에서도 태극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월드컵이 남아공 사람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바꿔 놓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 한국이 출전하고 12일 포트엘리자베스에서 한국이 그리스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후부터다. "경기 봤다. 잘하더라"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사우스 코리아, 굿"이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다. 실제 그리스와의 경기 후 취재진이 머물던 호텔에서 감격적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밤 늦은 시간 호텔 직원 몇 명이 "안녕하세요.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며 한국어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음 날은 한술 더 뒀다. 아침 식사를 위해 호텔 식당에 들어가려 계산대에 서자 여직원이 한국 말로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했다. 영어 아침 인사인 '굿모닝'(Good morning)을 한국말로 한 것이다.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은 자그마한 한국어 회화책을 쥐고 있었다. 그는 영어로 표기된 발음으로 한국말을 하며 맞는지 물어왔다.
한국의 경기가 이어질수록 '대~한민국'을 따라하는 현지인이 늘어나고 태극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띤다. 17일 아르헨티나전에서도 한국 응원단의 '대~한민국' 함성과 응원 모습을 따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대형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경기장을 찾은 처팡(Tshepang·13)군은 "처음으로 알게 된 한국의 축구도 인상적이었지만 한국 응원단의 응원이 더욱 재밌다"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열정적이고 흥겨운 한국을 알게 돼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제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3일 새벽 한국 대표팀이 나이지리아를 꺾어 16강 진출은 물론 그 이상 올라 가 한국을 아는 남아공 국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남아공 더반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