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의 'In Search of Excellence-초우량기업의 조건', 1994년의 'Built to Last-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2001년의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 세 저서의 공통점이 있다. 이 책들은 당시 베스트셀러로 경영학 분야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많은 경영자는 이들이 제시한 경영방식들을 그들 기업에 접목했으며, 경영학자들은 학생들에게 우수한 이론이나 사례로 전달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이 제시한 초우량기업들, 비전 추구형 기업들, 그리고 위대한 기업들은 얼마 되지 않아 사멸하거나 성과가 많이 줄어들었다.
사실 기업들은 냉엄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생존위협을 받고 있다. '포천'(Fortune)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이 30여 년에 불과하며, 서구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창업 후 5년을 넘기는 비율이 30% 선에 턱걸이하고 있다. 1950년대 우리나라 100대 기업 가운데 현재 생존하고 있는 기업은 7개에 불과하다. 특히, 과거 우리나라 경제는 재벌이 주도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이후 경제위기 속에서 30대 재벌 중 쓰러진 재벌이 11개에 이른다고 한다. 그 당시 많은 언론에서 재벌의 몰락을 무분별한 사업확대와 과잉투자, 정경유착과 부패, 족벌 중심의 폐쇄적 경영체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왜 그럴까? 필자는 '혁신'이라는 단어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하버드대의 래리 그라이너(Larry E. Greiner) 교수는 기업의 성공 다음에는 항상 위기가 닥치고 그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경영, 즉 '혁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대니 밀러(Dany Miller) 교수는 1995년 'The Icarus Paradox-이카루스 패러독스'라는 저서를 통해 기업이 성장단계에 따라서만 변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항상 성공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다시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루스는 새의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서 탈옥하는 데 성공했다.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는 순간 이카루스의 마음 한편에는 오만함이 슬며시 머리를 쳐들게 된다. 이제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생각에 탈옥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망각한 채 가능한 한 높이 날아오르는 데만 열중하게 된다. 그리고는 강렬한 태양에 깃털을 이어 붙인 밀랍이 녹아버리면서 이카루스는 결국 추락해 죽고 만다.
'The Icarus Paradox'는 기업을 비롯한 다른 모든 개인과 조직도 한때의 성공이 자만심과 관성, 과잉과 폐쇄성을 야기해 급격한 실패로 연결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좋은 사례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우수한 기업들의 역사는 이러한 사실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성공을 이끈 요소들이 도를 넘어서면 쇠퇴는 언제든지 그 뒤를 따라다녔고, 튼튼하고 우수한 조직은 금세 결점투성이로 바뀌면서 시장에서 도태됐다. 성공 자체가 실패를 이끄는 요인이 될 수가 있으며, 성공을 이끌어낸 요인들이 과도해지면 실패의 원인으로 돌아선다는 점을 명심해 끊임없는 혁신(진단→처방→실행)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교훈들은 기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적용될 수 있다. 과거 대구는 상당 기간 동안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정치, 경제 및 사회적 권력의 핵심이 지역과 맞닿아 있었다. 변화를 통한 혁신보다는 현실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비용 효율적이었다. 그 결과 지역경제를 이끌어갈 성장동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세계의 제조창으로 등장한 중국 등의 저가공세에 밀려 지역경제는 더욱 참담하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17년째 전국 꼴찌(1천359만원으로 울산의 4분의 1)이고 인구는 매년 줄어드는데 혁신의 기미는 찾기 어렵다. '이카루스 패러독스'처럼 현재 우리 지역이 과거의 정치, 경제, 사회적 위상에 젖어 환상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만약 지역경제에 있어서 잘못이 있다면 고치면 된다. 그러나 과거 성공에 대한 과신과 관성에 따른 자기 함정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앞으로 지역이 자만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쇄신하는 문화를 창출함은 물론, '이것이 정답이다'며 속단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변화 방안을 마련하여 실행에 옮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이카루스 패러독스'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신진교 대구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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