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갑자기 '피-융'하는 신호탄이 터지자 한꺼번에 총탄이 빗발치듯 쏟아지면서 '따 -다 -땅' 하는 콩 볶는 소리가 요란했어요. 한 시간쯤 계속 됐어요. 매복해 있던 우리 국군이 국도를 따라 줄지어 내려오는 북한군들을 향해 무차별로 사격하는 순간이었지. 집앞 바위 위에 앉아 똑똑히 봤어요."
김기원(74·상주시 화남면 동관리)씨는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김씨의 나이는 14세. 마을사람 대다수가 청도 매전면 방면으로 피란을 떠난 후 남아 있다가 국군이 북한군들을 대량으로 사살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바로 화령장 전투였다.
김씨는"나이가 어려서인지 당시 전투상황을 500m도 채 안된 거리에서 지켜 봤는데 겁나지 않았다"며 "며칠 뒤 국군이 마을에 와서 빨리 피란을 떠나라고 해 마을 앞산 꼭대기에 있는 동굴로 피신했다"고 회상했다. 며칠만에 마을로 돌아와보니 도로는 물론 개울가와 산기슭 등 동네 전체에 북한군 시체로 가득 차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는 것. 마을사람들은 북한군 시체를 끌어다가 마을에서 500m 떨어진 느티나무 밑에 한꺼번에 묻었다고 했다.
이 마을 이춘식(74)씨도 "다음 날 인민군 보급부대가 우마차를 몰고 내려오다 또다시 국군에게 당했는데, 국군의 사격이 시작되자 말들이 논밭을 펄떡펄떡 뛰어다니다 총을 맞고 죽기도 했다"고 당시상황을 설명했다.
6·25참전유공자회 최영근(78) 상주시지회장은 "6·25참전유공자회 박희모 회장이 화령장 전투의 전승기념을 위해 당시 인민군들의 시체를 대량으로 묻은 곳을 찾아내 발굴하고 기념관을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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