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뤄졌다. 여세를 몰아 8강까지 달리자."
환호와 열광의 새벽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원정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한 23일 새벽, 대구경북 도심은 승리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2만여 거리응원단이 함께한 대구시민운동장과 젊은층이 몰린 동성로, 대학가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 함성으로 뒤덮였고, 주택가와 아파트에서도 환호성을 쏟아내며 새벽을 깨웠다.
대구시민운동장을 찾은 시민들은 붉은악마 대구지회 회원들과 함께 태극전사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붉은 티셔츠를 차려 입고 태극기, 야광뿔머리띠 등 다양한 소품을 챙긴 거리응원단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가를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대구대 생명과학부 선·후배 최성욱(25), 김선영(20·여)씨는 "지난 1, 2차전은 시험 기간이라 어쩔 수 없이 학교 주변에서 경기를 봐야 했다"며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전날 오후 6시부터 시민운동장에 나왔다"고 전했다.
선제골을 터뜨린 쪽은 나이지리아였다. 흥겹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식었고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실망도 잠시, 붉은 악마들은 북을 두드리며 다시 응원가를 높이 불렀고 시민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응원 열기가 정점에 달한 것은 동점골이 만들어졌을 때. 수비수 이정수가 상대 골망을 흔들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대구시민운동장 스탠드를 뒤흔들었다. 시민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고 붉은악마의 북소리에도 더욱 힘이 실렸다.
후반 시작 3분 만에 대구가 낳은 축구 스타 박주영이 절묘한 프리킥으로 역전골을 넣자 시민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열광했다. '박주영'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그칠 줄 몰랐고, 태극전사들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환호성이 터졌다.
이후 나이지리아의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허용하는 순간 시민들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 후반 막판 위기 상황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나오기도 했다. 마지막 20여분을 가슴을 졸이며 지켜 보면서도 희망의 응원은 계속됐다. '괜찮아', '할 수 있어'를 외치며 대표팀을 응원했다.
한국 대표팀이 원정 16강 진출의 꿈을 확정짓자 시민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격을 나눴다.
손희용(26)씨 일행은 "상황이 한국에 유리하지만은 않았지만 16강에 오르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며 "한 골을 먼저 빼앗겼음에도 역전을 일궈낸 대표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중구 동성로 및 대학가 주점·카페 등지에서 하얗게 밤을 지새운 젊은이들도 거리로 뛰쳐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길을 가던 누군가가 '대~한민국'을 외치면 너도나도 박수로 화답했다. 날이 환하게 밝도록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승열(22)씨는 "반드시 16강에 진출하리라 기대했는데 밤을 꼬박 새운 보람이 있다"며 "이제 시작일 뿐이다. 여세를 몰아 8강 벽까지 넘어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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