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 중개법인 설립 허용을 검토하자, 공인중개사들이 '생존권 침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한국부동산산업학회에 의뢰한 '부동산거래 선진화 방안' 최종 용역결과에는 현 부동산중개법을 부동산거래업법으로 변경·신설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없어도 5억원 이상 자본금만 있으면 대형 중개법인의 대표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이 대형 중개법인을 차릴 수 있는 길이 열리며, 대형 법인은 부동산 거래 때 중개는 물론 대출, 등기, 세무 업무 등 관련 업무 모두를 맡게 된다.
국토부는 국내 대형 빌딩 등 고액의 부동산 거래시장 상당 부분을 로펌이나 외국 컨설팅회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어 대형화를 통한 중개업계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부동산거래업법' 신설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대형 법인 허용은 '부동산 시장의 SSM(슈퍼슈퍼마켓)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며 검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거래업법 입법 저지 통합집회 추진위원회'는 "지역시장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들이 몰락하는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권오인 대의원 홍보분과위원장은 "부동산거래 선진화 명분 아래 중개업시장에 대기업 등의 진출을 허용하면 영세 중개업소들은 밥 먹고 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대형법인은 큰 물건을 담당한다고 하지만, 결국 시장 전체를 싹쓸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대구 수성구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출, 등기, 세무 등의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대형 법인이 생기면 누가 동네 공인중개사를 찾겠느냐"며 "선진화 방안도 좋지만 공인중개사 시험제도 강화, 공제서비스제도 개선, 불법 중개활동 척결 등을 통한 기존 중개업계의 경쟁력 확보 방안부터 추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 공인중개사 500여명은 이달 17일 한국부동산산업학회의 학술회의가 열린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앞에서 '부동산거래업법' 입법 저지 궐기대회를 열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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