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쟁…승자 독식하는 교육현실 공동체 노력으로 악순환 끊어야"

연세대 조한혜정 교수 '희망교육' 강연

'아이가 성공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체력이 3대 필수 조건이다. 여기에 아버지의 무관심과 동생의 희생도 뒤따라야 한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말해주는 씁쓸한 유행어다.

18일 대구 시지지역 청소년문화공간 준비모임이 주최한 학부모 강좌에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 교수가 '광기의 교육에서 희망의 교육으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사진) 이날의 강연에는 100여명이 넘는 학부모들이 몰렸다.

그는 '또 하나의 문화' '하자센터'를 통해 여성문화와 청소년문화에 대한 실천적 담론들을 생산하고 있다. "지금의 교육은 승자독식게임이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엄마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요즘엔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가 어떤 산후조리원에 가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등급이 매겨진다고 한다. 그만큼 극단적으로 교육이 파편화돼 있고 개인화됐다는 것.

"우리 사회는 짧은 시간에 극단적인 근대화를 진행했어요. 모두들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요."

'믿을 건 나 자신밖에 없다'는 공포 속에서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자녀 교육을 대안으로 택했다. 개인적으로 교육에 뛰어들다 보니 자본과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그 결과 2002년 전후 대학가에는 '부자'와 '성공'이 화두가 됐다.

그는 캠퍼스에서 학생들의 변화를 피부로 맞닥뜨리고 있다. "학생들도 경쟁이 이미 내면화돼 있어요. 친구를 사귀는 대신 혼자 다이어리를 꾸미죠. 2006년 대학 입학생들은 굉장히 온순하고 효자들이 많아요. 엄마가 자신에게 모든 경제력과 시간을 투자해준 것을 고마워하죠."

그는 어릴 때부터 경쟁과 노동에 중독되는 아이들이 무기력증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일본처럼 은둔형 외톨이가 생겨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교육 악순환을 끊기 위해 공동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이 마을학교를 중심으로 새로운 준거집단을 가지도록 배려해줘야 합니다. 학교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갖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하는 거죠. 지금 우리에겐 근본을 경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그는 유럽의 사회적기업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근 그가 다녀온 유럽의 사회적기업은 지역 사람들이 멤버십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허브 공간을 마련해 공동체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결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새로운 의미의 공동체가 생겨나고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에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서양 속담이 있지요. 공포에 기반한 삶에서 벗어나 아이를 함께 키우면 아이도, 엄마도 훨씬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최세정기자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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