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 산은 우리나라 산림(638만ha)의 약 21%인 134만ha를 차지하고 충북 전체 면적의 약 2배, 경남 산림면적의 2배로,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 주왕산 등 주요 국립공원들을 마루금 삼아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척추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대간(大幹)과 정맥(正脈) 사이로 마을공동체가 형성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노거수와 마을 숲들, 국내 최고의 울진 소광리 금강송 숲과 국내 최고령인 울릉도 도동의 향나무 등 경북의 산수자원(山樹資源)은 그야말로 총량적인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이처럼 잘 보존된 우리 도의 산림자원은 백두대간 프로젝트의 성과로 국립백두대간수목원(봉화), 국립산림테라피단지(영주'예천), 백두대간생태교육센터(상주) 등이 확정돼 추진 중이다. 앞으로도 특화된 프로젝트 개발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산림레포츠 및 생태관광 활성화는 물론 돈이 되고 일자리가 있는 정겨운 산촌마을을 만들기 위해 출장 중에 만난 두 사례를 통해, 경북 산림의 희망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금이나마 힌트를 얻게 되었다.
먼저 도내 모 시에 조성되고 있는 MTB(산악자전거)파크 현장이었다. 이미 운영 중인 시설과 별로 다르지 않았지만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 MTB파크가 여러 군데 있어도 동호인들이 원하는 산악코스가 제대로 없는데 착안, 인터넷 블로그를 만들어 직접 수요자의 의견을 듣고 국내 자전거판매 전문 인터넷장터와 연결해 정보를 교류하고 동호인들을 적극 유치한다고 했다. 특히 방치되다시피한 시유림에 평일에도 전국의 마니아들이 몰려와 돈을 쓰고 경제 활성화와 지역 브랜드까지 높이고 있으니 많은 예산투입은 아니더라도 수요자를 배려하는 공무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으면 특화된 시책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한 곳은 대구 인근, 계곡이 유명한 산촌마을이었다. 국비 지원을 받아 새로 만들어진 산촌체험시설과 마을 안내판이 있었는데 유명한 명산을 낀 마을이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했다. 예로부터 돌담과 모과나무로 농가소득을 올리던 곳이어서 주민들은 '돌담모과마을' 입간판을 원했지만 그냥 이름뿐인 '치산산촌마을' 안내판이 섰다고 했다. 그동안 명성을 떨치며 마을을 지켜왔던 모과나무들은 이미 분재용으로 팔려나가 어디에 있는지, 모과나무 옛길 안내도 없고 체험관은 돌담이 아닌 목조건물이요, 모과차나 특화된 제품도 없었다.
이 두 사례를 볼 때 비슷한 돈이 투자되었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와 사업 시작단계에서부터 수요자 입장에 맞는 감성 반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하고 있다. 첫 번째 MTB파크 현장에서는 수요자 관점에서 문제를 설정하였고 고객 서비스도 충실히 담았다는 고심을 읽을 수 있으나, 두 번째 산촌마을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희망사항과 고객 감성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역실정에 맞는 특성화된 인프라와 지역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소재로 수요자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감성마케팅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것이 경북 산림비즈니스의 나아갈 방향이라고 본다. 걷고 싶은 숲길, 이야기가 있어 재미있는 산촌, 사람이 찾아와서 도시와 산촌이 함께 도산상생(都山相生)하는 '경북형 산촌마실(마을)'을 만들어 가는 감성 마케팅이 절실한 때다. 보이지 않는 취향을 형상화하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감성 마케팅이라 할 때 산림비즈니스를 달성하려면 수요자의 감성에 접근하는 노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도에서는 산지정책을 보존관리 차원의 치산치수(治山治水)에서 친환경 이산이수(利山利水)의 적극적 산림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경북의 산림시장으로 많은 고객들을 불러들일 것이다. 풍부한 산림자원에 의한 신산업 창출, 산촌의 쾌적함을 활용한 새로운 건강생태관광의 거점지역 육성에 힘입어 숲에서 건강을 찾는 경북형 산림비즈니스 모델이 전국으로 파급됨은 물론 세계녹화강국에서 산림비즈니스 강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김남일 경상북도 환경해양산림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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