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인형(51·대구 수성구 범물동)씨는 얼마 전 동료들과 함께 막걸리집을 찾았다가 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세 곳을 들렀지만 막걸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김씨는 "가는 곳마다 '막걸리가 없다'며 문전 박대를 당하다시피 했다"고 했다.
대구의 대표 막걸리인 불로막걸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대구탁주노조가 이달 1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 막걸리 생산이 중단됐기 때문. 이에 따라 막걸리 애호가와 막걸리 취급업소들은 울상을 짓고 있고, 대체 막걸리를 구하느라 전국을 누비는 업주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대구탁주노조는 이달 16일 자정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 측은 "기본급 15만1천원(정액) 인상, 정년 2년 연장, 빙부모 경조휴가 이틀 연장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이달에도 협상을 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대구탁주는 대구 67개 양조장이 합동조합 형식으로 참여한 회사로 불로쌀막걸리와 대구막걸리 등 2종의 주류를 생산하고 있다.
대구의 대표 막걸리인 불로막걸리 생산이 중단되면서 선술집에 타격을 주고 있다. 업주들은 "월드컵 시즌을 맞아 '치킨-맥주' 대신 '막걸리-파전'을 찾는 젊은 층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모처럼의 특수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아닌지 애가 탄다"며 안타까워했다.
동성로에서 막걸리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61·여)씨는 "불로막걸리를 구하지 못해 하루에도 수십명의 손님을 돌려보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임시방편으로 다른 지역의 막걸리를 내놓고 있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떨떠름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불로막걸리와 비슷한 맛의 막걸리를 찾아 전국팔도를 누비는 업주들도 등장하고 있다. 선술집 업주 최모(55·달서구 상인동)씨는 "경남 남해쪽 막걸리가 불로막걸리와 맛이 얼추 맞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국팀의 16강 경기가 열리는 날에 맞춰 남해 막걸리 100여통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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