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가 어제 천안함 관련 대북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근 3개월 만이다. 미국과 유럽의회가 이미 대북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세계 80여 개국 정부와 국제기구가 천안함 도발을 규탄한 뒤에야 우리 국회가 따라나선 것이다. 침묵했던 국회가 뒤늦게나마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일단 환영한다. 그러나 결의안 채택 과정을 보면 우리 국회의 안보 의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속기록에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결의안은 당초 회의 안건에 올라 있지도 않았다. 한나라당 의원이 긴급동의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상정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야 간사 합의 없이 안건을 상정하면 어떡하느냐고 반발했다. 또 한나라당 소속 국방위원장은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는 대신 이의가 있는지 여부만 물어본 뒤 곧바로 가결을 선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결의안 처리 과정을 방해하지 않았지만 '결의안 상정에 동의한 적도 없고 표결에서 반대 의사를 밝히려 했는데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며 날치기 처리라고 주장했다. 찬성도 아니지만 반대도 아니라는 듯 슬그머니 처리한 것이다. 결의안은 북한의 어뢰 공격은 명백한 침략 행위라며 초당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결의안 채택 과정은 이 같은 의지를 퇴색시키는 한편 결의안을 공허하게 만든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 영토를 침략한 명백한 도발 행위다. 당연히 정부와 국민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고 모든 수단을 동원, 대응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회도 예외일 수 없다.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만 따지며 이른바 북풍 논쟁만 일삼다 뒤늦게 슬그머니 처리한 행태는 우리 국회에 안보 의식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선거와 권력에만 관심을 두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한 국회라면 존재 의미가 없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