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사설에 대한 항의 서한 잘 받았습니다. '참을까 말까 하고 고민하다 글을 보낸다'는 대표님처럼 저도 이리저리 고민하다 글로 적습니다. 독자분들께는 오해가 있을까봐 전후사정을 설명 드립니다. 저는 지난 5월 12일자 사설 '대구문화재단은 문화권력이 아니다'에서 대구문화재단이 또 다른 문화권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각종 사업들이 재단 설립 취지와 맞지 않고, 지원 사업의 선정 기준이 애매해 탈락한 단체의 항의가 많다, 또 기부금을 적립하지 않고 써버린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표님은 '무식한' 제가 '사적인 주관에 따라 제멋대로, 사실과 맞지 않게 잔뜩 오해와 왜곡에 가득 찬 채 대구문화재단을 비방했다'고 했습니다. 재단의 목표는 500억 원 기금 모금이 아니라 가용 사업비를 많이 모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예술단체 지원은 최대한 공정했으며 일부 탈락한 사람의 이야기만 듣고 '무식하게' 글을 썼다는 것입니다. 기부금도 특정 사업을 위해 받은 것이며 문화단체 지원과는 무관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대구시 실무자는 예산 반영에 관심이 없고, 중앙에서는 대구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고, 지역 예술인들은 지원금이 줄어드는가 싶어 못마땅해 하고, 내용도 모르면서 시의원은 소극적이고, 언론은 비판적으로 쓰고'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색적인 표현이야 화가 많이 나셨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글대로라면 공무원, 의회, 지역 문화예술인, 언론 등 어느 곳도 대표님의 뜻을 이해하고 돕는 곳이 없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전국 195곳 문화예술회관 건립, 문예진흥기금 창설 등 큰 일을 많이 했으니 밀어붙이겠다는 소신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주위의 걱정이나 지적은 '내용도 모르는 무식한' 이들의 헛소리로 들릴 것이 당연합니다.
500억 원 모금은 대구문화재단 이사장인 대구시장의 말입니다. 시장과 지역 문화예술계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저는 나눌 수 있는 파이를 키워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시장은 문화재단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재단의 기본 목표를 기금을 늘리는 데 두겠다고 했습니다. 기부금 1억 원 사용 문제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구에서 기업의 기부를 기대하기는 분명히 힘듭니다. 여러 차례 자주 낼 수 있는 기업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한 기업이 낸 1억 원을 지금의 사업에 모두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국비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사업은 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3%대의 금리여서 기금 적립은 의미가 없다고 하셨지만 500억 원이면 연간 15억여 원의 가용 예산이 생깁니다. 단순계산을 해도 몇백만 원의 지원을 못 받았다고 항의하는 단체를 수백 개나 지원할 수 있습니다.
말씀처럼 아무리 공정해도 지원에서 탈락한 단체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만 내놓을 수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대표님께는 제가 그것조차 판단하지 못하는 '무식한' 이로 비친 듯합니다. 많은 자생 단체는 이 지원금에 목매고 있습니다. '있을 수밖에 없는 항의' '공정한 심사 결과'라고 내세우기 전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했는지 먼저 알아보심이 좋을 듯합니다.
대구문화재단의 가장 큰 일은 대구시의 위탁 지원비를 원래 그 주인인 문화예술인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당연히 파이를 더 키워야겠지요. 물론 대구의 문화브랜드를 만들고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원이냐 주도냐'라면 아직은 지원이 우선이라는 뜻입니다. '카르멘'이나 '라 보엠'보다는 '원이엄마'를, '맘마미아'보다는 '만화방 미숙이'를 키우는 것이 앞으로 대구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대표님께 바랍니다. 재단이 앞으로 큰 일을 할 수 있게 풍부한 행정 경험과 폭 넓은 인맥을 기금 모으는 데 활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굵직굵직한 일을 많이 하신 분이어서 말을 꺼내기도 부끄럽지만 눈높이를 좀 낮춰 주십사 하는 부탁도 함께 드립니다.
鄭知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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