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A회사는 최근 경영상태가 악화돼 권고사직을 통해 직원들의 상당수를 퇴직시킬 방침이다. 7년째 이 회사를 다니고 있는 정모씨는 권고사직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작년 말부터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는데다 최근 두달 동안은 임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어 사직을 결심했다.
그런데 사직을 하면 새로운 직장을 찾기까지는 수입이 전혀 없어 가족의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 고민이다.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으면 도움이 되겠는데 스스로 사직하면 실업급여조차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경우 과연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실업급여란 근로자가 실업상태에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급여를 지급하여 실직자 및 그 가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장을 구하여 다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을 둔 사회보험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실업상태에 있는 모든 근로자에게 실업급여가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①실직 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고용보험 적용사업장에서 근무할 것 ②자발적으로 사직하거나 중대한 자기 잘못으로 해고된 경우가 아닐 것 ③근로의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재취업 노력을 할 것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출 때만 수급자격을 인정하고 있다.
요건 중에서 사직이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의 구분은 실업급여의 요건 판단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이다.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는 사직의 형식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까지도 함께 고려해 판단하고 있는데, 임금 체불이 계속돼 불가피하게 사직서를 쓰고 퇴직하는 경우 그 형식은 자발적이지만 사직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내용적인 측면을 보면 비자발적이라 할 것이다.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제101조 제2항(별표2)은 '임금체불이 이직일 전 1년 이내에 2월 이상이 되어 이직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에 의한 이직에 해당된다고 봐 실업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업장의 도산'폐업이 확실하거나 대량감원이 예정된 경우, 회사로부터 퇴직권고를 받거나 고용조정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희망퇴직자 모집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비자발적 사유로 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정씨의 사직은 형식 면에서 자발적이지만 내용상으로 임금체불을 원인으로 한 비자발성이 인정돼 실업급여 수급자격이 되고, 근속연수와 연령대를 기준으로 90일에서 240일 사이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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