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들여다 보기]남아공월드컵에 드라마 희비 엇갈려

남아공월드컵에 드라마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월드컵 기간은 드라마의 무덤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희생양이 탄생하는가 하면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드라마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SBS가 단독으로 월드컵을 중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SBS가 자사 드라마를 잇따라 결방하면서 KBS, MBC 드라마가 반사이익을 얻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17일 열린 한국과 아르헨티나전의 시청률은 무려 47.8%였다. 이에 따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KBS1 '바람불어 좋은날'과 MBC '황금물고기'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이날 '바람불어 좋은날'의 시청률은 8.3%로 전날 방송에서 기록한 18.9%보다 무려 10.6%나 하락했다. '바람불어 좋은날'은 평균 20%대를 웃도는 시청률로 일일극 1위를 차지했지만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꺾지 못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17일 '황금물고기'의 시청률도 5.6%로 전날 12.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드라마 론칭 시기를 잘못 선택해 실패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MBC 4부작 드라마 '런닝, 구'가 꼽힌다. 이달 10일 첫 방송된 '런닝,구'는 주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완성도 높은 줄거리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월드컵 벽을 넘지 못해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17일 조용히 막을 내렸다. 시청자들은 "이런 드라마가 진정한 드라마다"라며 종영을 아쉬워했다.

SBS 드라마도 월드컵의 제물이 되고 있다. SBS가 월드컵 중계로 줄줄이 자사 드라마를 결방했기 때문. 14일과 15일에는 월화드라마 '자이언트', 16일과 17일에는 수목드라마 '나쁜 남자', 19일과 20일에는 주말드라마 '이웃집 웬수'와 '인생은 아름다워'가 전파를 타지 못했다. 흐름을 타는 것이 중요한 드라마의 특성상 결방은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수현 작가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한참 달리다 멈춰버린 꼴이다. 월드컵에 당하는 테러"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월드컵의 덕을 본 드라마도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 KBS2 '제빵왕 김탁구'는 16일 경쟁드라마 '나쁜 남자'가 결방하자 26.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10일 시청률 14.4%와 비교해 두배 가까이 뛴 수치로 '나쁜 남자'를 시청하던 드라마 시청자들이 대거 '제빵왕 김탁구'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17일에는 한국과 아르헨티나 경기를 피해 예정된 시간보다 한시간 늦춰 방송하는 전략으로 24.2%의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자이언트'의 추격을 받으며 시청률 답보에 빠졌던 MBC 월화극 '동이'도 최근 30% 가까이 시청률이 치솟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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