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붉은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알릴 멋진 선수가 될래요."
24일 오후 대구 북구 강변구장. 왜소한 몸집이었지만 공을 다루는 데 체격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대방이 다가오기 전에 같은 편에게 공을 넘기고 반대쪽으로 뛰어나가는 모습이 월드컵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성별 구분이 없었다. 축구장 안에서는 '여자'가 아닌 '축구 선수'였다.
대구 유일의 대학 여자축구부인 영진전문대 축구부 선수 22명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2000년 3월에 창단해 올해 10돌을 맞은 영진전문대 여자축구부(감독 백종철)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축구부다. 지금까지 11차례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백종철 감독은 여자청소년국가대표 감독을 지내기도 했다.
특히 2005년에는 이진화 선수가 일본 고베 아이낙(KOBE INAC) 구단으로 진출, 국내 최초의 여자축구선수 해외진출 기록을 남겼다. 또 지난해는 박희영 선수가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1부 SC07바드 노이에나르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남아공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일반 시민과 같았다. 한국팀의 모든 경기를 지켜보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20대 대학생이었고 한국팀의 16강 진출에 누구보다 기뻐한 붉은 악마였다.
그러나 직업병(?)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한다는 것이 백 감독의 설명이다. 백 감독은 "월드컵 기간 동안 경기를 즐기고 싶을 텐데 TV를 보면서 각자 포지션별로 선수들을 분석하고 있더라"며 웃었다.
연습에 바쁜 이들이지만 한국의 8강 진출을 위한 응원 계획도 세웠다. 열혈 응원으로 한국팀의 '12번째 선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합숙소에서 다 함께 모여 16강전을 보기로 했다.
정설원(19) 선수는 "한국팀의 16강 진출 후 우리도 국제 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한국 대표팀이 8강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기를 불어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축구선수로서 한국팀이 겪었을 마음고생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주장 임유선(20) 선수는 "박주영 선수가 나이지리아전에서 골을 넣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기도했다"며 "나도 축구를 시작하고 넣은 첫 골이 자살골이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들은 특히 "아르헨티나전에서 크게 진 한국팀을 욕하는 네티즌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앞으로는 비난보다 격려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사진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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