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권에서는 '체육'(physical education)과 '스포츠'(sport)를 구분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이 두 용어는 원래 뿌리가 다르다. 체육은 전인(全人)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적 행위인 반면, 스포츠는 놀이 그 자체인 것이다. 이 글의 제목이 '체육 ' 스포츠'로 되어 있음도 그 개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리나라 체육 ' 스포츠계의 숙명적인 과제들을 집약하여 논의해 보려고 한다.
우선은 체육에 대한 문제이다. 최근 학계는 물론 각종 매스컴에서 연일 청소년의 비만과 체력 저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체계적인 운동이 해결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체육은 입시위주 교육정책에 의해 방치되면서 우리 아들딸들이 피해자가 되고 있다. 한때 비중이 가장 큰 교과목이었던 체육은 점차 내리막길로 치달아 이제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다. 방과후 활동도 부족한 교육환경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체육시간마저 배척하게 되면 그들의 건강과 활기찬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충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주장을 체육전공자의 밥그릇 챙기기로 치부하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한편, 스포츠 영역은 엘리트 스포츠와 대중 스포츠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한때 엘리트 스포츠가 민족주의와 결합되어 그에 절대적 가치가 부여된 적이 있으나 최근 들어 대중 스포츠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두 영역의 경계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는 점이다. 공존과 소통의 과정이 배제된 채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균형 잡힌 스포츠계에서는 엘리트 스포츠 선수가 대중 스포츠로부터 성장하여 발탁되고, 대중 스포츠 지도자는 엘리트 스포츠계에서 배출된다. 스포츠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일반 국민에게 질적으로 향상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도 이들 간의 소통은 시급한 당면 과제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엘리트 스포츠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만큼 긍 ' 부정의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 나라는 없을 것이다. 아주 조그마한 나라, 그것도 둘로 갈라진 나라에서 세계를 제패하는 선수들이 쉼 없이 나오고, 각종 국제경기에서도 심심치 않게 팡파르를 울리고 있으니 스스로 보아도 대단하다. 어려운 경제사정, 복잡한 정치상황도 스포츠를 접하면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엘리트 스포츠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들 수 있다. 학교 스포츠의 종착점인 대학 스포츠가 중앙 편중으로부터 벗어나 있지 못하고, 고교 스포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 예선, 홈 앤드 어웨이 경기방식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교 스포츠계의 또 하나의 과제는 아카데미즘의 회복이다. 어떠한 경우더라도 선진국형 스포츠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운동선수의 학업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이다.
이와 함께 엘리트 스포츠계의 가장 심각하고 고질적인 문제는 비윤리적 행위, 즉 금전 문제, 구타 문제, 승부조작, 최근에는 성폭행까지 지도자층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파행들이 우리 주변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음은 국가적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의 근절을 위해 행정당국의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은 물론 관련자는 영원히 스포츠계에 발붙일 수 없게 하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한 때이다. 스포츠계의 비뚤어진 온정주의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체육 교육의 정상화, 엘리트 스포츠와 대중 스포츠의 소통, 그리고 엘리트 스포츠계의 구조 개선과 반성적 자각 등이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나라 체육 ' 스포츠는 문화행위로서 삶의 활력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이 이해의 부족보다는 실천력의 상실에 의한 경우가 허다하듯이, 체육 ' 스포츠의 진보도 강력한 실천의지에 의해 성취될 수 있다.
김동규 영남대 체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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