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앞서 놓친 용의자, 고속도로 진입 여대생 살해후 빠져나와

경찰, 톨게이트 검문 방치했다

여대생 납치·살해사건 수사과정에서 경찰의 수사 허점(본지 25일자 6면 보도)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톨게이트 등 주요 거점의 검문 검색에 손을 놓아 차량을 이용해 여대생 L씨를 납치·살해한 용의자 K(25)씨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K씨는 23일 오후 7시 20분쯤 대구 달서구 신당동 지역난방공사 주변 도로에서 경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났다. 경찰은 용의자가 타고 다니는 차량이 흰색 모닝 승용차라는 사실만 알았을 뿐 정확한 차량번호를 모르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은 "흰색 모닝 승용차의 운전자를 확인하러 접근하는 순간 K씨가 왕복 10차로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급하게 유턴한 뒤 질주하는 바람에 K씨의 차량을 놓쳤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주요 네거리 등에 경찰력을 동원했다고 말했지만 K씨는 유유히 빠져나갔다.

K씨는 경찰을 따돌린 뒤 대구를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제지는 없었다. K씨는 화원 톨게이트를 이용해 88고속도로로 진입했고 거창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다시 거창 톨게이트로 진입, L씨를 살해하고 사체를 배수로에 버린 뒤 다시 화원 톨게이트로 들어와 대구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참조)

용의자 K씨가 L씨를 태운 채 톨게이트를 3번이나 드나들었지만 검문 검색은 전혀 없었던 것. 이 때문에 고속도로의 특성상 단 한 차례의 검문만 있었어도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경찰 확인결과 주요 거점에 대한 검문을 강화했어야할 23일 오후 7시부터 화원 톨게이트와 거창 톨게이트에는 검문에 나선 경찰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화원 톨게이트에서만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경찰이 있었다. 그러나 K씨는 오후 10시쯤 화원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거창 톨게이트에서는 24일 오전 9시부터 범인이 잡히고 난 뒤인 오후 9시까지 사복경찰이 근무한 것으로 알려져 '사후약방문'식 검문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K씨의 차량이 발견된 때는 이튿날인 24일 오후 5시쯤 K씨 집 부근에서였다. 경찰은 이곳에서 2시간가량 잠복해 있다 K씨를 검거했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거점 지역의 검문만 강화했더라도 L씨도 살리고, K씨를 잡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은 "경찰을 믿은 게 잘못"이라며 "경찰이 죽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분개했다.

한편 25일 L씨를 부검한 대구 성서경찰서는 부검결과를 지켜보고 면밀한 보강 수사를 거친 뒤 현장검증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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