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실을 생산하는 누에의 먹이와 차, 칼국수 재료 정도로 이용되던 뽕잎이 최근 당뇨병 예방과 콜레스테롤 억제, 다이어트 등의 효능이 부각되면서 웰빙식품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뽕잎 김치와 쌈, 절임, 튀김, 나물, 떡 등의 먹을거리는 물론 음료 및 과립으로 가공되거나 뽕잎 분말이 첨가된 제품이 다량 출시되고 있다. 특히 뽕잎은 소화에 효과적이어서 각종 요리에 응용되기도 한다. 어릴 적 오디(뽕나무 열매)를 따먹던 중·장년층에겐 향수를 자극하는 건강식품으로, 젊은층에겐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바야흐로 '뽕잎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뽕잎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상주시 지천동 '지천 통나무집'. 상주시 농업기술센터 육성 향토음식 제1호점인 이곳은 뽕잎과 뽕나무를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다. 점심시간인데도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손님 대우를 제대로 받으려면 예약은 필수.
일주일에 한두 번은 뽕잎 요리를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오태환(52) 씨는 "누에도 먹는데 사람이 먹어도 좋지 않겠어요"라며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고, 자꾸 먹다 보니 맛도 있고 입에도 맞는 것 같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지천 통나무집은 뽕잎 두부와 비빔밥, 닭백숙, 수육 등 요리를 비롯해 뽕잎 김치, 장아찌, 나물 무침 등 반찬류를 만들어 손님상에 내고 있다. 어린 뽕잎 순을 살짝 데친 다음 소금과 된장, 고추장, 참기름 등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뽕잎 나물 무침은 손님들에게 최고 인기. 맛을 아는 손님은 식사하는 동안 몇 번이고 더 달라고 주문할 정도다. 처음 씹을 때는 별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몇 번 더 씹으면 기름이 묻어나면서 은근히 단맛이 난다.
뽕잎을 갖은 양념에 삭힌 장아찌는 깻잎 장아찌와 비슷하지만 한입 베어물면 특유의 뽕잎 향이 배어 나온다. 또 뽕잎을 갓 따다 담은 뽕잎김치는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 있어 입맛을 살려주고, 뽕잎을 갈아서 콩에 섞어 만든 푸른 빛이 감도는 뽕잎 두부는 식욕을 자극한다.
잘게 자른 뽕나무를 다른 한약재와 함께 넣어 요리한 백숙은 잡내가 없고 국물맛이 확연히 다르다. 뽕나무 수육 역시 연하고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뽕잎 나물을 다른 나물과 함께 비벼 먹는 비빔밥은 또 다른 별미다.
뽕잎은 요리를 하지 않고 그냥 먹어도 된다. 어린 뽕잎을 깨끗이 씻어 쌈장에 싸서 먹어도 되고, 살짝 데쳐서 싸먹어도 된다. 뽕잎을 오래 두고 먹으려면 살짝 데쳐서 잎을 차곡차곡 쌓아 비닐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필요할 때 꺼내 해동시켜 먹으면 된다.
10여 년 전부터 뽕잎 요리를 해온 김영희(55) 대표는 "최근 뽕잎이 각종 암과 성인병 치료 및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뽕잎 요리가 인기가 높지만 특히 어르신 및 성인들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서 "사시사철 입맛 까다로운 손님들의 미각을 잡기 위해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뽕잎 음식은 '웰빙식품'
뽕나무 잎은 대략 2천여 년 전부터 각종 음식으로 사용돼 왔다. 한의학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신농본초경'에도 뽕잎의 약효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을 만큼 전통과 역사가 깊은 약초다. '동의보감'에도 '뽕잎은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각기병과 몸이 붓는 증세를 완화시켜 주고, 대장과 소장을 이롭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뽕잎은 영양가가 높은 채소다. 누에가 뽕잎만 먹고 단백질 덩어리인 비단을 토해낼 수 있는 것은 뽕잎이 높은 단백질 함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단백질 외에도 뽕잎에는 20여 종류의 아미노산과 철분, 칼슘, 칼륨, 각종 비타민, 식이섬유 등이 다양 함유돼 있어 혈압을 낮춰줄 뿐 아니라 신체에 해로운 콜레스테롤까지 없애줘 피를 맑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뽕잎은 누에의 먹이로만 알려져 오다 10여년 전부터 기능성 식품으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뽕잎에는 세포를 늙게 만드는 활성 산소를 없애 주는 다량의 항산화 물질이 들어 있어 노화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혈당 상승 억제 및 중금속 배출 효과, 비만 개선 효과, 에이즈 및 각종 암의 치료 및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건강식품으로의 효능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대중화, 산업화 길은 없는가
뽕잎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뽕잎을 첨가한 건강식품이 개인과 연구기관 등을 통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뽕잎 국수와 냉면, 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등이 개발됐지만 아직까지는 유통망 확보 문제 등으로 본격적인 시판이 안 되고 있다.
상주시는 2000년부터 뽕잎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과 제품을 개발, 보급해 오고 있다. 지난해는 오디와 뽕잎을 이용한 뽕잎 육개장, 쇠고기말이튀김, 오디요거트, 드레싱샐러드, 수제비 등 10여 종의 음식을 개발했다. 시는 산업화, 대중화를 위해 지역 요식업체 및 단체급식소를 대상으로 개발된 음식을 시식, 평가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대중화를 위해서는 뽕잎 수확용 뽕나무 재배농가 육성, 제품 생산을 위한 가공사업장 설치, 가공기술 개발 보급을 위한 시스템 구축, 음식점 육성 등이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향토음식산업화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 프리랜서 강병두 plmnb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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