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기금, 증시 구원투수?…6거래일 연속 1천억이상 매수우위

"하반기 투자비중 확대 선취매" 분석도

코스피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연기금이 연일 '사자'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연기금은 지금까지 증시를 받치는 '구원투수'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연기금이 과거와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연기금은 '사자'에 나서며 6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다. 22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나흘 연속 1천억원 이상을 사들였다. 1,700선을 넘어 1,750선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연기금이 1천억원 이상 나흘 연속 순매수한 것은 200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연기금은 대체로 지수가 급락하거나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저가 매수에 나서며 급락을 막아냈던 것. 국내주식 편입 비중을 목표치에 맞게 운용하기 때문에 주가 조정기에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연기금이 6거래일 연속 1천억원 이상을 사들였던 지난 2008년 10월 역시 코스피지수가 세 자릿수로 떨어진 시점이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이 하반기 투자비중 확대를 위한 선취매로 풀이했다.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이 큰 데다 금리 인상과 주식비중 확대 방침 등이 예정돼 있어 미리 매수에 나섰다는 것. 미래에셋증권 조혜린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연기금은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10배 이하에서 적극적으로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현재 국내증시의 12개월 예상 PER는 9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금 순매수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투자의 수익률 저하를 만회하기 위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박승영 IBK투자증권연구원은 "연기금의 목표가 수익률 극대화가 아닌, 일정 수준의 수익률 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매수는 채권 투자의 낮은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출구 전략이 가시화되며 채권 금리가 앞서 상승하고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주식 비중을 늘렸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월 이후 0.35%포인트 상승했다"며 연기금 등 펀드 흐름에서 자유로운 운용기관들이 주식 비중을 늘리는 촉매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연기금은 주로 철강금속과 기계, 화학업종 등을 사들였고, 증시 주도주였던 IT와 자동차 업종은 팔았다. 하반기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가격 부담이 있다는 지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기금은 포스코를 비롯해 SK에너지와 현대제철, 두산중공업, S-Oil, 현대중공업 등을 많이 순매수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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