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구경북 의원들의 역량을 지켜본다

대구경북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최고위원 자리 때문이다. 지역의 누군가는 최고위원으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지만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 정권 지지 기반으로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에서까지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여주었는데도 지역 의원들이 최고위원 한자리 차지하지 못하느냐는 유권자의 비판이 두려운 것이다.

여당 최고위원이 된다고 당장 지역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 의원 중 최고위원의 유무는 대구경북의 정치적 위상은 물론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적 기대감 충족이란 점에선 매우 중요하다. 집권 여당의 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지역 여론이 어떤 영향력을 지니느냐를 가늠할 수도 있다.

출마를 검토하는 사람은 김태환(구미을) 주성영(대구동갑) 두 의원이다. 두 의원은 이른바 친박계로 지지 기반이 겹친다. 당연히 선결 과제로 단일화가 먼저 거론된다. 다행히 두 의원 모두 단일화에 긍정적이다. 단일화를 이뤄도 당선 가능성이 문제다. 대구경북 대의원이 똘똘 뭉친다 해도 당선가능 표에는 부족하다. 여타 지역과의 연대와 협력이 필수다.

얼마 전 한나라당의 국회부의장 내정 과정에서 지역 의원 두 분이 나란히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당 안팎에서는 단일화를 못 한 사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일차적으로는 당사자의 문제지만 단일화 중재를 못한 지역 의원들의 책임도 적잖다.

대구경북 정치권에 중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은 오래됐다. 지난 총선 당시 강재섭 대표가 스스로 공천을 반납한 뒤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상득 의원은 대통령의 형이란 특수 신분으로 가급적 나서지 않으려 한다.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중견 의원들이 대거 물러난 것도 지역 정치권의 공백을 불러왔다.

중진이 없는 지역의 정치 현실에는 대구경북 유권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공천만 받아오면 무조건 당선시켜 준 때문이다. 그러나 묻지 마 투표의 행태는 다행히 이번 지방선거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묻지 마 투표로는 사람을 키울 수가 없다. 지역 유권자를 대표하는 의원의 위상만 초라하게 만든다. 유권자의 투표 행태 못잖게 지역 정치권에 시급한 과제는 의원 스스로의 노력이다. 소통하지 않은 채 기득권에 연연하고서는 나랏일은커녕 지역 문제 해결에도 나설 수 없다.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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