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듬고 가꾸고 자신있게…당당한 외모 경쟁력

눈에 띄게 많아진 미남미녀…갑자기 잘 생겨진 한국인, 왜?

'조선시대 백성들의 DNA와 해방 후 세대들의 DNA, 21세기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DNA는 과연 무엇이 다를까.'

대한민국 국민들의 평균 외모가 좋은 방향으로 급상승하고 있다. 분명 눈에 띄게 달라졌다. 요즘 기성 세대들은 이런 궁금증을 갖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눈 작고 코 낮고 그런 사람이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보면 어린애들이나 젊은이들의 코가 서양인처럼 높고 눈도 말똥말똥한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원래 우리 민족이 눈 작고 코 낮은 민족이잖아요."

실제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인의 평균 키가 커졌다는 것처럼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평균적인 얼굴도 분명 예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으며, 잘생긴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게 사실이다. 연예인들의 얼굴 경쟁력을 봐도 아시아를 압도할 정도다. 욘사마(배용준), 뵨사마(이병헌), 월드스타 비, 한류스타 류시원, 장동건 등을 비롯해 미국에 진출한 원더걸스와 9명의 상큼한 소녀들로 구성된 소녀시대로 대표되는 여성 걸그룹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며 외모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을 한몫 더하고 있다.

과연 한국인은 갑자기 잘생겨진 것일까. 왜 그럴까. 답을 찾아 나섰다.

◆원래 잘생긴 DNA가 이 시대에 발현

"한국사람이 원래 기골이 좋고, 잘생긴 외모의 민족입니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못 먹고 못 살아서 외모도 왜소해지고 내세울 것 없게 됐지만 사실은 잘생기고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된 이 시대에 다시 그 유전자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살짝 손봐 주는 게 성형외과가 하는 역할이고요."

대구 동성로에 위치한 김덕영 성형외과 원장은 대한민국의 잘생긴 DNA에 대해 이런 해석을 내렸다. 김 원장에 따르면 1970년생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외모가 눈에 띄게 달라졌으며 현재 20, 30대의 외모 경쟁력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는 또 '서울쥐, 시골쥐' 비유도 들었다. 서울쥐는 시골쥐에 비해 눈이 높을 뿐 아니라 자신을 잘 꾸며 세련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대한민국의 외모 가꾸기 노력도 경쟁력에 일조하고 있으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고치는 성형이 얼굴 중에 잘생긴 부분과 조화를 이뤄 더 돋보이게 하는 효과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외모 지상주의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존재하지만 그만큼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평균적인 외모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책 한 권을 더 읽기보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어떻게 하면 깨끗한 피부와 동안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언론 탓도 크다.

◆외모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손예진, 손태영, 송윤아, 엄지원, 김혜진, 서은미, 류시원, 이세창….

지역 출신의 얼짱 연예인들도 많다. 예전에는 대구에 사과가 많이 나서 미인이 많다고 했지만 인구 규모가 엄청나게 커진 요즘은 그런 추정 자체가 식상하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어느 지역 출신이 많이 뽑히고, 외모 경쟁력이 뛰어난 연예인이 어느 지역에 많은지 등으로 지역의 외모 경쟁력이 평가되기도 한다.

과거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건 외모에 대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 자체가 사회 전반적으로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기자가 만나본 지역 출신 연예인들과 그 부모들의 얼굴이 많이 닮은 건 분명하지만 유형 자체는 차이가 났다. 부모들의 경우 얼굴이 오밀조밀 잘생기고 호감형의 얼굴이 많지만 자녀들의 외모는 시원시원하고 선이 한층 굵었다. 부모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태어났지만 더 잘 먹고, 더 잘 관리한 결과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이상의 외모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해 슈퍼모델 대상에 오른 김혜진 양의 아버지는 "딸이 얼굴도 작고 귀엽지만 키가 180㎝ 가까이 클 줄은 몰랐다"며 "이제 고3이지만 얼굴, 몸매 등 자기 관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그 자체가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요즘 어린이들의 외모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리틀코리아 선발대회나 어린이 얼짱 선발대회는 경쟁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부모들이 자녀의 외모 경쟁력을 키우는 데 그만큼 더 극성이기 때문. 일곱 살 딸을 둔 이철승(35·대구시 달성군 죽곡리) 씨는 "딸의 키와 몸무게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단부터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으며, 예능 분야에도 여러 가지 특기를 가질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들의 외모 열풍도 여성들 못지않다. 영국의 리서치 회사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2007년 기준 한국의 남성스킨케어 시장 규모는 세계 1위다. 이는 2위인 일본의 2배가 넘어 대한민국 남성들이 얼마나 외모에 관심이 많은지를 보여준다. 화장품 업계가 발표한 자료에도 매년 남성 화장품의 매출이 7%대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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