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지금 우리는?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 적은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팔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 어머니/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 어머니/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라/ 어머님도 형제들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지는 것입니다/ …/ 어머니/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니 곁으로 가겠습니다/ …/ 아! 놈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 안녕은 아닙니다/ 다시 쓸 테니까요…/ 그럼….'

지난해 8월 포항시 북구 용흥동 탑산에 세워진 6'25 참전 학도병 이우근의 편지글 비(碑)는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과 전쟁에 대한 공포, 두려움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으로 참전, 1950년 8월 11일 전사한 그는 편지글과는 달리 어머니 품에 안기지 못했다. 6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6'25전쟁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까.

6'25 60주년을 맞아 25일 낙동강 전투 현장인 경북 칠곡 왜관 등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23일 저녁 구미의 매일신문 중부지역본부 사옥 해나루 소공원에서도 6'25 참전 용사, 호국 보훈 가족 등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호국음악회'가 마련됐다. 참전 노병(老兵)들은 전쟁 이야기를 들려주며 6'25를 잊지 말 것을 호소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한다. 하지만 지금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어했던 순간이자 이우근 학도병이 그렇게 살고자 했던 순간이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오늘 누리는 자유도 학도병처럼 나라 위해 희생한 호국 영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6'25와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여기 미국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실종 혹은 포로로 귀환하지 못한 군인을 찾으려 국방부 아래 특수부대(JPAC)를 설치했다. 부대 모토는 '그들이 모두 귀환할 때까지'. 이를 위해 지구 끝까지라도 뒤진다. 미 의회도 1990년 미군 참전 전쟁에서 포로가 되어 돌아오지 못했거나 작전 중 실종 미군들을 기리는 '전쟁포로, 군 작전 중 실종자 기(旗)'를 만들었다. 깃발에는 '우리는 당신들을 잊지 않습니다'(You are not forgotten)라는 글귀를 새겼다. 지금 우리는?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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