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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도시 대구, 왜? 서울 다음 많은 '가로수 터널' 때문

국채보상운동 가로수 그늘 아래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다.
국채보상운동 가로수 그늘 아래에서 시민들이 쉬고 있다.
국채보상운동 북쪽과 동쪽 인도에 터널을 만든 핀참나무.
국채보상운동 북쪽과 동쪽 인도에 터널을 만든 핀참나무.

'대구는 녹색 도시.'

이 말에는 대구가 전국에서 가로수가 가장 많이 심어진 도시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구에는 모두 17만6천982그루의 가로수가 있어 서울(27만9천672그루) 다음으로 가로수가 많다. 달성군을 제외한다면 대구의 면적당 가로수 수량은 전국에서 최고다. 가히 '가로수 도시'라 할 만하다.

◆대구 최다 가로수 수종은 은행나무

가로수 수종도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예전에는 가로수 가운데 플라타너스가 가장 흔했지만 지금 대구에서 가장 많은 가로수는 은행나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은행나무가 전체 가로수의 25.9%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느티나무가 21.4%로 두 번째였다. 한때 가로수의 절반이었던 플라타너스는 전체의 18.9%로 세 번째로 밀려났다. 대구에서는 플라타너스를 더 이상 가로수로 심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플라타너스 비율은 더욱 떨어질 전망이다.

대구시청 공원녹지과 이우순 과장은 "플라타너스는 잎이 무성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지만 각종 병충해가 많이 달라붙는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지금은 심지 않고 있다. 반면 은행나무는 공해에 강하고 수형과 단풍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생명력도 강해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로수 수종의 변화를 시대별로 요약해 보면 가로수 심기가 본격화된 1970년대에는 플라타너스를 비롯한 외래수종들이 주로 심어졌다. 1980년대 들면서 점차 회화나무, 은행나무 등 국내 수종으로 바뀌었고 1990년대 들면서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 향토색이 강한 수종들이 가세했다. 2000년대에는 느티나무나 이팝나무를 선호하고 있는데 지난해만 82.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대구시에서 정책적으로 향토수종을 가로수로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식 기술이 떨어져 가로수로 심지 못하던 수종들도 최근에는 간간이 심어진다. 소나무의 경우 이식이 힘든데다 병충해에 약해 가로수로는 부적합했지만 최근 이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가로수로 활용되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현재 동부소방서 앞 교통섬이나 달비골 입구 복개도로 등에서 소나무 가로수를 만날 수 있다. 국채보상공원 인도를 장식하고 있는 핀참나무도 식물종 다양화 기술로 만들어낸 가로수종이다. 1970년대 10여종이던 가로수가 지금은 32종으로 다양화됐다.

이에 반해 플라타너스처럼 점차 사라지는 수종들이 더러 있다. 동대구로 히말라야시더가 대표적이다. 이곳 히말라야시더 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인 1970년대 조성됐다. 박 전 대통령이 평소 히말라야시더를 좋아해 당시 대구 시내 곳곳에 히말라야시더 심기가 활발했다. 하지만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고 동대구로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히말라야시더도 조만간 축소된다. 한때 벚나무 심기도 활발했지만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요즘은 잘 심지 않고 있다.

◆명물 가로수 그늘거리는?

도시에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가로수 그늘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잎이 무성한 가로수 길을 걸으면 따가운 땡볕을 거의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에어컨이 무색할 정도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대구에는 전국에 내놓을 만한 '그늘거리'가 적잖다. 대표적인 곳이 국채보상공원에서 시작해 삼덕네거리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공평네거리에서 시작해 국채보상공원을 따라 인도 양옆으로 아름드리 핀참나무가 뒤덮고 있다. 여기에 이어 경대병원네거리에서 삼덕네거리까지는 플라타너스길이라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할 뿐 아니라 햇볕이 거의 들지 않는다. 취업준비생 강미영(24·여)씨는 "요즘 날씨가 한여름 못지않지만 이 길을 걸을 때만큼은 마치 가을에 접어든 양 선선하다"고 말했다.

수성구 대우트럼프월드~상동교로 이어지는 1.5㎞가량의 상동로도 외지인에게 자랑할 정도의 그늘거리다. 양쪽 인도를 따라 플라타너스가 촘촘히 심어져 있는데 나무들이 마치 터널형으로 자라 행인뿐 아니라 자동차들까지도 그늘을 즐길 수 있다. 달서구 월곡로~달서소방서로 연결되는 900m 정도의 월성로도 빼놓을 수 없는 그늘거리다. 이 거리는 인도를 따라 쭉쭉 뻗은 메타세퀘이아가 장관이다. 봉무공원 입구로 가는 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메타세퀘이아 거리도 그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명소다.

딱히 그늘거리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로수 명소도 많다. 파티마삼거리~범어네거리로 이어지는 동대구로 2.7㎞ 구간에는 도로 2, 3열로 히말라야시더가 무성하게 심어져 있다. 하늘 높이 뻗어 있는데다 사시사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 침엽수라 외지인들도 부러워하는 가로수다. 앞산순환도로를 따라 심어진 이팝나무도 봄에는 도로 양옆을 하얗게 뒤덮고 여름이면 초록의 이파리가 수놓는 정경을 연출해 가로수 명소로 손색없다.

◆민원과 관리 사이

수성구 수성로 가로수를 보면 뭔가 다르다. 차로 양옆의 플라타너스 잎들이 세로로 깎여 깔끔하다는 느낌이 든다. 쉽게 말해 가로수가 직육면체 모양이다. 여기에는 가로수를 관리하는 대구시의 고민이 묻어 있다.

가로수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민원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가장 많은 민원이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것으로 전체 민원의 70%를 넘는다. 이 때문에 가로수를 놓고 상인과 관공서의 실랑이가 쉴 새 없이 벌어진다.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하면 가로수의 녹량이 모자라고 적게 하면 반발이 만만찮다.

대구시청 녹지관리과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담당자가 현장을 방문해 가로수 녹량을 살피는데 가지치기를 조율하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고 했다. 가지치기의 기준을 명확히 잡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종종 시장의 의지에 좌우된다. 한때 민원을 너무 수용하는 바람에 가지치기가 심해 '모양만 가로수'인 가로수가 많았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가지치기가 엄격하다고 했다.

이 같은 어려움 때문에 등장한 것이 가로수 특화거리다. 가로수 잎이 옆으로 크게 튀어나오지 않도록 직육면체로 깎는 것. 가로수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주변 간판이나 도로표지판을 가리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관리하려면 비용이 일반에 비해 3배 정도 더 든다. 이 때문에 가로수를 관리하는 구·군의 신청을 받아 일부 거리에 한해 선정하고 있다. 현재 수성로와 동부로, 현충로, 봉덕로 등 14개 거리가 이 같은 방법으로 관리되고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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