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남아공 현지시간) 나이지리아전 아침이 밝아오고 우리는 전날 회식을 하며 다진 결의를 바탕으로 아침 일찍부터 응원 준비를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전 이후 차량 이동 시간에 만들어 놓은 휴지폭탄과, 꽃가루 등을 챙기며 숙소인 리차드베이에서 경기가 열리는 장소인 더반으로 오전 9시쯤 출발했다.
짧은 관광과 쇼핑을 마치고 결전의 장소인 더반스타디움에 도착한 건 오후 5시. 붉은악마는 경기장 W석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서포터스석에 입장해야 하지만 FIFA에서 자리를 무작위로 배정해 주는 바람에 자리 선택이 불가능해져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태극기와 붉은악마의 통천인 치우천왕을 세팅하고 걸개를 걸며 선수들을 응원할 준비를 마쳤다.
경기가 시작되자 우리는 말 그대로 열혈썹팅(서포팅)을 했고, 나이지리아를 향한 아프리카인들의 부부젤라 소리도 커져갔다. 전반 11분 나이지리아가 선제골을 넣자 부부젤라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대한민국 짝짝짝짝" 등 응원 구호를 외쳤고, 이정수 선수가 그에 보답하듯 골로 화답했다.
전반전을 마친 후 한국 지인들에게서 온 문자메시지를 통해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의 전반전 0대0 무승부를 확인하고 다시 한번 대한 결의를 다졌다. 후반전이 시작하고 4분 만에 박주영 선수가 역전골을 넣자 붉은악마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후반 19분 페널티킥을 내줘 동점골로 이어지자 망연자실했지만 아르헨티나가 2대0으로 앞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로 응원 열기를 식히지 않았다.
조바심 속에 경기가 2대2 무승부로 끝나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렀다. 비록 무승부지만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위업을 이룬 현장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손바닥이 찢어져라 아낌없는 박수를 선수들에게 보내며 이제 우리 축구의 진정한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수비 위주의 경기보다는 지더라도 재미있는 축구, 열정이 불타오르는 축구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비록 나의 원정응원 일정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붉은악마 중 30여명은 남아서 16강전을 응원한다. 그들이 내심 부럽지만, 이번 원정은 안전 때문에 개인시간이 거의 없고 이동시간도 길어 힘들 것을 알기에 국민들이 우리 대표팀 선수들뿐만 아니라 현지에 남은 붉은악마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길 기대해 본다.
김영아·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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