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프의 신화란 것이 있다. 강물 신의 딸을 납치한 주피터 신의 이름을 누설한 '신들에 대한 모멸'의 죄로, 죽음의 신을 사슬로 묶어 놓아 인간이 죽지 못하게 하는 '죽음에 대한 증오'의 죄로, 저승에 갔다가 지상에 다시 보내지자 되돌아가지 않으려고 하는 '삶에 대한 정열'의 죄로, 시지프는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시지프가 온 힘을 다하여 바위를 산 정상에 올려놓으면 바위는 다시 지옥의 밑바닥으로 떨어져서, 그는 다시 지옥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한다. 신은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노동의 비참한 징벌을 시지프에게 내린 것이다.
이 신화에는 깊게 생각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시지프가 굴러 떨어진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고자 지옥으로 내려오면서 생각하는 점이다. 신이 내린 형벌이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비참하게 된다. 형벌을 '운명'이라고 받아드리고 그 일에 온 정신을 쏟으면 행복해질 수도 있다. 어떤 일에 몰입하면 그동안 만은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지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하고 '궁리'하면 발전의 계기가 된다. 형벌의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자 하는 욕구는 커진다.
의학은 많은 발전을 해 왔다. 신경외과 분야도 마찬가지다. 나와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은 알 것이다. 과거의 신경외과 관련 질환을 가졌던 분들이 어떻게 치료받고 어떤 결과를 얻었었는지. 뇌수술을 받고 살면 다행이고 죽으면 본전이라는, 아침에 수술하면 저녁에는 영안실이라는, 자조적인 말과 슬픈 말도 하면서, 신경외과 의사들은 시지프보다 더 비참한 심정으로 굴러 떨어지는 바위가 아닌 사망하는 환자들을 바라보며 지내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굴러 떨어지는 바위가 아니라 환자들을 살리려고 많은 수술방법을 발전시켰고, 의학자와 과학자들과 협력하여 CT나 MRI 혹은 최신 의료기기들을 개발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의료 수준이 된 것이다.
우리 모두는 시지프와 똑같은 형벌을 신으로부터 받고서 살아가고 있는 삶인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로 매일 밀어 올리면서 말이다. 같은 값이면 이러한 형벌을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노동이라고 괴로워만 하지 말고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들 속에서 얻어지는 각자의 조그만 기쁨을 향유하면서 살아가면 좋을 것 같다. 아울러 인간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면 더욱 값진 삶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두 차례나 실패한 나로호 우주선 발사의 성공도, 월드컵 축구의 우승도, 시지프의 형벌과 같은 괴로움을 겪으면서 성공방법을 모색하면 빠른 미래에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임만빈<계명대 동산의료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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