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영진의 관전평] 경기 지배하고도 쉽게 내준 골 '통한'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꿈을 이룬 한국 축구대표팀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멋진 경기를 했다. 비록 져 아쉽지만 한국 축구의 힘과 발전 가능성을 세계무대에 당당히 알린 경기였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크게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다음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믿음을 심어줬다.

다만 이날 경기에서 행운이 따라주지 않은 게 너무 아쉽다. 전반 초반 박주영의 프리킥이 골 망을 가르지 못한 것이 한동안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물론 승부가 골에 의해 결정 나는 만큼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인 골 결정력이 결과적으로 8강 진출의 발목을 잡았지만 골 운만 조금 뒤따랐다면 우리는 충분히 8강에 올라갔을 것이다.

한국은 이날 전반 한때 밀리기도 했으나 사실상 90분 경기를 지배하고도 상대의 역습에 두 골을 내줬다. 너무 쉽게 내 준 골이라 아쉬울 따름이다.

경기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상대는 전반 시작부터 매우 공격적으로 나왔다. 상대 공격수들이 우리 수비지역까지 강하게 압박했다. 다소 예상하지 못한 전 방위적이고도 거친 압박에 우리 수비진은 당황하다 실수로 선제골을 헌납했다.

하지만 이후 우리는 매우 도전적인 모습으로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후반 동점골도 수확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에서 선제골을 내준 후 불안감에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진 것과는 달리 상대 골문을 열겠다는 의지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경기에서 지고도 좋은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됐다.

후반 우리가 동점골을 터뜨리자 상대는 다시 공세적으로 나왔다. 여기에서 승부를 반전시키지 못한 점은 아쉽다. 상대가 공격에 치중하면서 수비에서 허점이 나왔으나 우리는 역습으로 골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만약 이때 골이 나왔으면 상대를 조급하게 만들어 우리 페이스대로 경기를 더욱 지배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오히려 우리는 첫 골을 넣은 수아레스를 위험지역에서 또 놓치는 실수를 했다. 어렵게 넣고 쉽게 두 골을 준 것이 아쉽지만 그게 축구다. 그라운드에서는 말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체력이 떨어진 후반 막판이라면 눈에 보이는 것도 발이 따라가지를 않는다.

이제 남아공 월드컵은 끝났고, 우리는 4년 후 브라질 월드컵을 기약해야 한다. 정부와 대한축구협회, 프로연맹,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이 시점에서 한국 축구가 더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매번 월드컵이 끝나면 나오는 얘기지만 국내 프로축구의 활성화가 시급하다. 이번 월드컵의 주역들인 해외파들도 모두 K리그 출신이다. 유럽이나 남미처럼 프로축구가 제자리를 잡아야만 더 훌륭한 선수를 키워낼 수 있다. 축구팬 등 국민들도 국가대표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K리그도 성원해 줄 것을 당부한다. 이를 위해 나를 비롯한 축구계 종사자들이 더욱 분발할 것을 다짐해본다.

이영진 대구FC 감독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