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교환해 주면 폐차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엔진오일이 국내 시장에 등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제품은 얼마 못 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외면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주기적으로 엔진오일을 교환해야 정비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터에 정비업체가 이 제품을 사용할 리 만무했던 것이다.
미국업체가 개발한 여름용 고무샌들 '크록스'(CROCS)도 한때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 이 샌들은 투박한 외양과 달리 가볍고 편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도 애용할 정도였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짝퉁'이 등장할 정도로 이 샌들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크록스도 지난해 경영 위기에 빠졌다. 너무 튼튼해 한 번 사면 오래 신을 수 있어 재구매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지나친 사업 확장으로 재고가 쌓였고, 세계 금융위기로 사업 환경이 나빠진 게 원인으로 알려졌다. 이에 크록스는 고무 대신 합성수지로 만든 제품을 만들어 값싼 '짝퉁'에 대응하는 한편 재구매 수요를 늘려 위기를 타개했다.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인근 도시 앤아버에는 로버트 맥메스란 사람이 설립한 '뉴 프러덕트 웍스'(New Product Works)란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이 박물관의 소장품 7만여 점은 위의 사례처럼 시장에서 실패한 제품들이어서 '실패 박물관'으로도 불린다. 특히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을 박물관 한쪽에 전시해 기업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단다.
스마트폰을 두고 세계 각국 기업들이 2차 대전에 나섰다. 1차 스마트폰 대전에서 시장을 제패한 애플의 아이폰4에 삼성의 갤럭시S, 모토로라의 드로이드X 등이 도전하는 형국이다. 애플은 사용 편의성과 풍부한 애플리케이션을, 삼성은 하드웨어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2차 스마트폰 대전의 결과도 소비자들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고, 실패 박물관으로 들어갈 제품도 결정될 것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소비재 시장의 흐름이란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궤적일 뿐이다." 로버트 맥메스의 '신상품론'이다. 스마트폰이 무엇이기에 호들갑이냐고? 작고한 코미디언 이주일 씨의 유행어로 답을 대신한다. "일단 한 번 써보시라니깐요."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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