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이여 행복했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투혼을 불사른 태극전사들의 선전은 12번째 태극전사로 뛴 국민들에게 청량제였고, 자랑이었다. 세계 축구 강호들과 당당히 맞선 대표팀의 활약에 국민들은 울고, 웃었다.
비록 8강 도전은 좌절됐지만, 국민들은 최선을 다해 뛴 태극전사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하나가 됐다.
16강전 우루과이 경기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한 27일 새벽, 태극전사들의 얼굴엔 눈물이 비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러나 이날 대구스타디움·두류공원 코오롱 야외음악당, 포항 스틸야드 축구장, 구미·경주 시민운동장 등 20여곳에서 대표팀과 함께 한 17만여 대구경북 거리응원단은 세계가 놀란 빗속 투혼이었다며 한국 축구대표팀에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대구경북민들은 "대표팀의 선전은 우울한 지역 경제 사회에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 됐다"며 "아쉬움은 남지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지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대구스타디움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2만여 인파가 몰렸고, 경기 시작과 함께 시민 3만명이 스타디움 관중석을 채웠다. 관중들은 사력을 다해 몸을 던지는 태극전사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힘찬 환호로 대답했다.
후반 막판 우루과이가 한 골을 달아나며 패색이 짙어갔지만 시민들은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혈투 끝에 승리의 여신이 우루과이의 손을 들어줬지만 거리응원단은 대표팀의 선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경기가 끝난 뒤 얼굴을 감싸 쥐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던 정지연(23·여)씨는 "아까운 기회가 많았지만 그만하면 멋진 경기였다"며 "그동안 열심히 뛴 선수들 덕분에 즐거웠고 그들의 투지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류공원에 모인 1만 5천여 인파도 한국 대표팀의 8강 진출을 끝까지 기원했다. 빗줄기가 점점 강해졌지만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채인기(33)씨는 "전반 초반 수비가 정리되지 않아 첫 골을 내준 게 패인인 것 같다. 하지만 열심히 뛰었다"며 "원정 첫 16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낸 대표팀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창재(31)씨도 "한국 대표팀 덕분에 6월 한 달이 행복했다"며 "다음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이제 한국민의 축제가 막을 내리겠지만 월드컵 에너지가 계속 발산되기를 바랐다. 시민운동장에서 응원을 펼친 박순형(45)씨는 "대표팀 선전에 세계가 놀라지 않았느냐"며 "한국, 한국인의 긍지와 힘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기형(49)씨도 "천안함 사태, 세종시 및 4대강 갈등으로 쪼개진 사회가 월드컵 응원 때처럼 하나로 뭉쳤으면 한다"며 "서로 협력하고 양보한다면 극복 못할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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