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깐깐하게 따져보고 고르는 알뜰족의 등장으로 건강에도 무리가 되지 않고 경제적인 비용으로 배부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무한리필을 제공하는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 무한리필을 제공하는 음식점이 성공하려면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많이 끌 수 있어야 하고 또 가격 이외에도 음식의 맛, 질, 서비스 등에 있어서도 차별을 두어야 한다. 손님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한다면 음식점 주인은 망하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는 음식점에서 추구하고 있는 경제전략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은 없다. 추운 겨울날. 따뜻하고 맛있는 붕어빵을 먹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이도 잠시, 붕어빵을 열 개쯤 먹었다면 상황은 달라지게 된다. 아무리 즐거운 효용을 주는 것이라도, 지나치게 많은 소비는 오히려 효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를 가리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말한다. 한계효용이란 우리가 어떤 재화를 소비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얻는 '추가 만족'을 뜻한다.
'시장이 반찬이다'는 속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배가 고프면 무엇을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배가 무척 고플 때에는 밥만 한 숟가락 먹어도 꿀맛같이 맛있다. 그러나 점점 배가 부르면 밥이 점차 맛이 없어지게 된다. 배가 무척 부른데도 계속 먹으라고 강요한다면 그것은 이미 먹는 즐거움이 아니라 고문이 될 수가 있다.
이러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적용한 곳이 무한리필 음식점이고 이러한 음식점의 원조가 바로 뷔페식당이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값비싸고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속에 식사도 거르고 갔지만 몇 접시 먹지 못하고 배가 포화된 상태에서 남겨진 수많은 음식을 보면서 안타깝게 식당을 나선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온 손님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돌아서게 되는 이유는 뷔페식당에는 조금만 먹어도 배부른 음식들이 많기 때문이다. 초밥, 고기, 각종 후식, 밀가루 음식 등은 손님의 한계효용을 빠른 속도로 체감시키고 식당 주인이 원하는 이윤을 만들어 내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음식들이 손님의 식욕을 빠른 속도로 떨어뜨리게 되니 식당 주인은 남는 장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손님은 손님대로 집에 돌아가면서 뷔페 음식의 가격을 시중에서 각각 사먹었을 경우 모두 얼마나 될지 계산해 보게 된다. 뷔페 가격보다 개별적으로 계산한 가격이 높았다면 '나는 오늘 합리적 소비를 한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만족해 할 것이다.
무한리필 음식점도 마찬가지. 불황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진 직장인들을 타깃으로 하고 특정메뉴를 무한리필로 제공하고 있다. 당연히 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고, 특정메뉴는 입 소문을 타고 전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른바 문전성시의 경제학이다. 특정한 메뉴를 계속해서 먹다 보면 손님의 한계효용이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욕구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은 추가적인 다른 메뉴를 주문하게 되는 것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이용한 음식점의 추가 전략이 바로 이것이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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