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후 대구·경북 대응 전략

"갈 곳 잃어버린 대기업·연구소 지역 유치 나서자"

작년 10월 이후 9개월 동안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드디어 종지부를 찍게 됐다.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는 한 29일 오후 열릴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부결될 것이 확실하다.

세종시 수정안이 추진될 경우 큰 피해를 우려했던 대구경북으로서는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세종시로 가려던 대기업과 연구소 등을 지역으로 유치할 수 있는 등 반사 이익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결코 안심할 일도 아니다. 수정안 부결로 세종시가 원안인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개발되더라도 지역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대구경북이 어떤 선택과 어떤 노력을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여기에 지역 발전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경상북도, 구미시와 김천시 등은 기업 유치 등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대응책 마련을 위한 발걸음이 분주하다. 정부가 내건 '백화점식 특혜'라는 미끼를 물고 등 떠밀리다시피 세종시 투자를 결정했다가 갈 곳을 잃어버린 삼성, LG, SK, 한화 등 대기업들을 붙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대기업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는 대구시는 이들 대기업과의 접촉의 문을 활짝 열고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김상훈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은 "그동안 삼성, SK 등과 접촉은 계속했지만 세종시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어서 원론적인 대화 수준에 머물렀지만 앞으로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산업단지에 원형지 수준의 용지 공급이나 강력한 세제 혜택 등 세종시에 버금가는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준비해 이들 기업 유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2조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삼성그룹은 최근 다른 부지를 물색하거나 기존 공장의 여유 부지를 활용하는 등 '세종시 대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나 한화, 웅진 등 다른 세종시행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박광길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은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면 이미 세종시 투자를 결정한 기업 입장에서는 대체부지를 찾아야만 하고,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든 카드를 총동원해 기업 유치와 정부 설득에 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DGFEZ),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단 등 기업을 채워넣어야 할 공간에 맞춤식으로 전략을 짜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신경섭 DGFEZ 투자유치본부장은 "DGFEZ와 대구경북의료단지, 국가산단 등은 저마다 필요한 기업군이 다른 만큼 똑같은 전략으로 나설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해당 부지의 기능에 맞는 맞춤형 전략과 정보 공유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치 타깃 기업들과의 대화 창구를 활짝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동모(경영학부) 경북대 교수는 "삼성 같은 대기업을 모셔오기 위해서는 단순한 투자전략으로는 힘들고, 대구만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한 투자대비 효율성, 국가 프로젝트 여건, 우수인재 공급 약속, 파격적인 부지 제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솔직히 땅을 거저 준다 하더라도 경제파급 효과가 큰 대기업의 진출은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더라도 대기업들이 당장은 대구를 찾지않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구시와 LED, 바이오시밀러 및 신약 분야 신(新)사업을 두고 물밑 접촉을 해왔던 삼성과 SK의 경우 당장 부지가 필요하지만 대구의 준비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시 한 고위공무원은 "한 대기업 경우 10만평 규모의 부지를 요구했지만 현재 대구가 당장 내놓을 수 있는 땅이 5만평이어서 협상에 평행선을 걷고 있다"며 "특히 우리보다 기업환경이 좋은 인천이나 충청도 등지에서도 강력한 유치전을 펴고 있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상북도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이달 25일 구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실트론, 루셈 등 LG 계열사 사장을 비롯한 임원 8명과 구미에서 오찬을 갖고 세종시가 지역에 미칠 영향과 관련한 대기업 동향, 지역 투자유치 등을 논의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LG는 구미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고, 경북은 LG의 성장을 통해 함께 발전하고 있다"며 구미공단 활성화 등을 위해 기업체가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경북도는 특히 구미, 포항, 경산 등지 대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삼성, LG, 한화, 웅진, 롯데, SK, GS 등 7개 대기업과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종시 전환에 따라 정부가 원점에서 재검토할 과학비즈니스벨트와 관련, 울산시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산업친화형 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김현기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은 "도는 태양광, 2차전지, LED 분야 등 지역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대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 공장이전 대체 부지,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시

세종시 수정안을 적극 반대해 온 구미지역은 세종시에 들어가기로 했던 기업과 연구소 일부를 지역으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구미지역 재계,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연말부터 '세종시 수정안은 구미국가공단 등 지역발전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적극 반대해왔다.

김종배 구미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세종시로 들어가기로 했던 삼성, 한화, 웅진 등 지역 연고기업들을 구미에 유치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석호(전 경북도의원) 구미 새마을연구소장은 "세종시 원안 추진이 확실시되는 만큼 지역의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회 등이 힘을 합쳐 세종시에 입주를 계획했던 지역 연고 기업들을 지역으로 끌어들여 구미의 새로운 발전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김천시

혁신도시가 들어설 김천지역도 세종시 수정안 부결이 확실한데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천상공회의소 이호영 사무국장은 "애초 수정안대로 대기업이 세종시에 집중될 경우 김천 혁신도시 건설이 완료되기까지 정부기관의 이전 늑장, 대기업 투자감소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수정안 부결 이후 혁신도시를 지역의 혁신 거점 기지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천시 혁신도시건설지원단 배만규 단장은 "현재 김천혁신도시내 기업 유치가 가능한 부지인 산·학·연 혁신클러스터용지 22만7천931㎡와 조성 중인 지방산업단지 1단계(80만5천43㎡)에 이은 2단계 사업 등 총 500여만㎡ 규모의 산업용지"라고 했다. 이어 "수정안이 최종 부결될 경우 이 부지에 이전 공공기관 및 산하기관, 협력업체의 연구개발(R&D) 시설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천·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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