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나이지리아전이 열린 남아공 더반에서 공항으로 이동할 때 택시를 이용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16강 진출로 더반에서 16강전이 열리는 포트엘리자베스로 가기 위해서였다. 숙소에서 택시를 부른 뒤 기다리는 것이 한국의 '콜택시' 와 비슷했다. 그렇지만 한국의 대중교통인 '택시' 와는 달랐다. 요하네스버그나 더반, 포트엘리자베스 등 큰 도시의 거리엔 드문드문 택시가 다니긴 했지만 숙소에서 부르는 택시는 '셔틀 서비스 교통'으로 보면 된다. 차량에도 '택시'가 아닌 '셔틀 서비스'라고 적혀 있다. 이번 월드컵을 위해 공항과 도심을 오가는 택시를 새로 도입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런데 택시비는 만만찮았다. 숙소에서 공항까지 10분 정도 이동하는데 500란드(한화 8, 9만원)나 됐다. 바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큰 짐과 가방 등을 들고 다닐 수 없고 버스 등 다른 교통편도 없어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남아공엔 외국인이 이용할 만한 대중교통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 승합차나 소형 버스 정도 크기의 '미니버스'라는 교통편이 있지만 거의 100% 현지 흑인들만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그래도 타고 싶으면 돈이나 귀중품을 몽땅 털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게 미니버스를 이용해본 현지 교민들의 얘기다. 기차는 주로 산업용으로 이용된다.
이처럼 불편하고 불안한 교통수단은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공을 찾으려는 세계인들의 마음을 돌리게 한 요인 중 하나였다. 대중교통 미비로 대형 전세버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돈이 문제가 아니라 전세버스가 없어 구할 수 없는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남아공에선 승용차 문화가 발달돼 있다. 가정마다 차량을 소유하고 있고, 운전 문화도 발달해 있다. 느긋한 남아공 사람들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도로에서 경적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신호등도 정확하게 지키고 신호등 없는 곳에선 서로 양보를 한다. 네거리 등에 신호등이 없어도 차량이 막히는 일이 없다. 운전자들은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아무 소리 없이 정지해 기다려준다. 교통 문화 선진국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처럼 정지 신호가 켜져도 빨리 지나가려고 속도를 더 내거나 먼저 가려고 끼어드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선 서로 먼저 가라고 양보할 정도다. 이제 월드컵 취재를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기차,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지만 복잡하고 위험한 한국의 교통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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