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나는 살고싶다' 배우 수잔 헤이워드

그리 뛰어난 미인은 아니었던 것 같다. TV앞에서 졸음을 참아가며 기다리던 '주말의 명화' 에 자주 나왔기에 정감이 가는 배우였다. 수잔 헤이워드(1917~1975)는 우윳빛 피부와 루비색 머리카락이 트레이드 마크였다고 하는데 당시의 흑백TV로는 그 매력을 볼 수 없었다. 알코올 중독자와 사형수 연기가 일품이었다는 기억만 남아있다.

1917년 오늘, 뉴욕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비서가 되려고 했다. 1937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역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할리우드로 갔다. 배역은 비비안 리에게 빼앗겼지만 1940년대 후반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정점은 사형수가 된 창녀의 실화를 그린 '나는 살고 싶다'(1957년)였다. 처절한 연기로 소원하던 아카데미상을 받았고 사형제 폐지론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됐다.

문제는 타타르 공주로 분한 '정복자'(징기스칸'1956년)였다. 촬영지가 원폭실험장소 인근인 아리조나 사막이었기 때문인지 공연한 존 웨인, 감독'스태프들이 잇따라 암으로 사망했다. 그녀도 그 저주를 피해가지 못하고 1975년 뇌암으로 죽었다.

박병선 사회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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