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 달 정도 월드컵을 취재하면서 기사로 소개하지 못한 뒷얘기가 많았다. 이달 초 남아공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들이 강·절도를 당한 사실을 '남아공 통신' 코너를 통해 전했지만 이후에도 여러 사건·사고가 줄을 이었다.
나이지리아전이 열린 인도양의 도시, 더반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기자단을 맞이한 것은 황당한 절도 사건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수하물 창구에서 짐을 찾았는데 누군가 짐을 뒤져 중요한 물품들을 가져간 상태였다. 가방에 자물쇠를 채우고 끈으로 동여맸지만 허사였다. 자물쇠는 부서져 있었고 가방 안은 뒤죽박죽이었다. 이날 가방을 털린 기자는 3명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도난 사건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는 공항 검색 직원과 보안 직원이 서로 짜고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할 때 원하는 물건을 찍어놓은 뒤 자물쇠를 부수고 봐둔 물건을 훔치는 수법으로, 남아공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현지 가이드와 교민들이 전했다. 수하물이 컨베이어 벨트를 돌 때 '비닐 랩'으로 둘둘 말린 가방이 자주 보였는데 현지에선 이 방법이 도난을 막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번은 집단 식중독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기자단을 덮쳤다. 더반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일식당에서 남아공 입성 후 처음으로 찌개와 밥을 먹었는데 그날 밤 기자 30여명이 설사와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 것. 해당 식당은 "기자들이 한동안 안 먹던 매운 음식을 갑자기, 급하게 먹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이기엔 석연찮았다.
또 기자들은 한국의 16강 진출로 혼란을 겪었다. 기자 대부분이 항공과 숙박 등 일정을 조별리그 3차전까지만 잡아놓았는데 16강 진출로 남아공 출장 기간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16강 진출 후 기자들은 항공, 숙박, 이동 차량 등을 구하기 위해 큰 고생을 했다. 일부 기자들은 7월 10일까지 항공편이 없어 남아공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왕복으로 끊었던 항공편을 포기하고 150만~200만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한국행 항공권을 구입해야 했다.
숙박도 문제였다. 당장 그날 잘 숙소를 구해야 하지만 70, 80명의 기자들이 한꺼번에 들어갈 호텔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흩어져 숙소를 정하고, 비싼 숙박비를 내야 했다. 큰 가방을 들고 이리저리 헤매고 개별적으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다. 항공편이 없어 오전 6시 비행기를 예약, 오전 3시에 일어났다가 항공 일정이 오후 5시로 바뀌는 바람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공항에 갇힌 적도 있었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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