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장기 해외 출장에 나선 하춘수 대구은행장의 행보를 두고 향후 경남은행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 행장은 12일간 일정으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발적 국제협약) 회의 참석과 기업설명회(IR)를 위해 이달 23일 미국에 갔다. 열흘이 넘는 해외 출장 일정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 글로벌 콤팩트 한국협회 이사 자격으로 협회 회장인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과 동행하고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를 연다는 것이 명목상 이유지만 실제 스케줄은 대구은행의 외국계 주주와 과거 대구은행과 인연을 맺었던 투자회사들을 만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 행장은 25일 유엔 글로벌 콤팩트 회의가 끝나자 뉴욕에서 2시간 간격으로 외국계 주주들과 투자회사와 접촉하는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귀국 전 로스엔젤레스로 이동해 또 다른 투자회사 관계자들과 만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과정에서 분리 매각될 것이 확실시되는 경남은행 인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외국계 주주들을 상대로 경남은행 인수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한편, 외국계 투자자들의 투자 의향을 묻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 IR을 열면서 새로운 투자자 대신 과거 대구은행 지분을 보유했던 투자회사들을 만난다는 점도 근거로 해석된다.
하 행장은 외국계 주주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경남은행 인수 의향을 밝히고 인수 이후 기대효과 등에 대해 설명하며 주주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1조5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인수 비용 마련을 위해 외국계 투자자들의 투자 의향을 타진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구은행은 경남은행을 합병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당초 전북, 제주, 광주, 부산, 대구은행 등 5개 지방은행 공동 지주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타 은행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여 사실상 포기한 단계다. 현재 경남은행 인수전에는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뛰어들 태세다. 대구은행은 자산 규모가 22조원대인 경남은행을 인수해 2개 은행 공동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은행 간의 영업권역이 거의 겹치지 않고 주 영업 대상도 다르기 때문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어 구성원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부산은행의 경우 영업권역이 30%가량 겹치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 또 대구은행이 지난해부터 450억원을 들여 개발 중인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경남은행에도 접목시킬 수 있어 비용 절감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은행은 경남은행과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자산 규모를 키우면 다른 지방은행들도 지주사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은행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부산은행은 흡수합병에 무게가 더 실린 모양새다. 부산은행은 최근 BS캐피털과 BS투자증권을 설립하는 등 금융지주회사의 틀을 만든 데 이어 경남은행 인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전환 및 상환주식 발행의 근거를 마련했다. 대구은행 고위 간부는 "대구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할 경우 경남 지역민들과 상공인들의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며 "대구은행은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계획이 발표되는 시점에 맞춰 시기별 진행 과정 및 자금 조달 계획까지 세워둔 상태"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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