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연단체 홍보담당 A씨는 공연이 가까워올 때마다 '초대권을 챙겨 달라'는 전화에 시달린다. 요청이 많을 때는 정해진 초대권 분량을 초과하기도 일쑤. 그는 "그나마 초대권을 받아간 사람이 오지 않아 부도(不渡)표가 되는 일이 많다"며 "기관에선 객석 점유율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초대권을 나눠주지 않을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국·공립 예술기관 7월부터 '초대권 폐지'
공연예술계의 해묵은 화두인 무료 초대권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공립 예술기관의 무료 초대권을 폐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문화부는 이달 초 발표한 '2010년 하반기 중점추진 예술정책'에 따르면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서울예술단, 정동극장,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등 7개 기관 초대권을 7월부터 없애기로 했다. 또 명동예술극장, 국립합창단,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3개 기관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전면 폐지된다. 이들 기관의 지난해 초대권 물량이 전체 객석의 30%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나 초대권 남발을 막아 예술기관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것.
해당 기관들은 긍정적인 평가와 우려하는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예술의전당 사업본부 관계자는 "초대받아 온 사람들은 표를 사서 온 사람들에 비해 공연에 대한 애정이 다를 수 있다"며 "초대권에 의존하지 말고 좋은 기획과 공연 내용으로 객석을 채우라는 조치"라고 말했다. 정동극장 공연기획팀 관계자는 "광고 대체 등 홍보용(프로모션) 티켓 외에 공식적인 초대권 발행은 없어질 것"이라며 "초대권 폐지로 공연의 질이 높아지고, 공연은 당연히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른바 비인기 장르는 사정이 다르다. 국립합창단 관계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천500석) 정기공연 때도 30~40%의 초대권을 발행한다. 티켓 가격이 1만~3만원 정도인데도 표 판매가 어렵다"며 "정기 유료회원을 더 확보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단기간에는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지역 공연단체는 전전긍긍
예술소비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대구예총 문무학 회장은 "충분히 표를 살 만한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가 되는 사람들이 공짜 표를 찾는 것이 문제"라며 "긴 안목으로 봤을 때 무료 초대권 관행이 없어져야 예술계가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역 공립 공연단체의 속사정은 국·공립 단체들과 다르지 않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는 유료관람권 발행 매수의 100분의 10 범위 안에서 무료 초대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를 초과하기도 한다.
한 시립예술단 담당은 "정기회원들도 100% 온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객석을 채우려면 초대권을 더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정해진 10% 외에 '인사용'으로 초대권이 더 발행된다. 기업체나 학교에 표를 사달라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공연이 자주 있다 보니 티켓 판매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특히 대구시립예술단은 2년 전 연간 회원비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합창단의 경우 과거 700명에서 현재 400명, 시향은 360명에서 60여명으로 줄어 표 판매에 타격을 받고 있다. 시향 관계자는 "회원비가 3만6천원(최대 10만8천원)일 때는 단원들이 회원 모집하기가 쉬웠지만 10만원(최대 20만원)으로 오르면서 힘들어졌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공연의 질을 높이고, 단기적으로는 정기 회원 확보나 공연소외계층 등에 대한 표 할인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한 구립예술기관 관계자는 "무료 초대권 폐지는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작품의 내용이 아니라 객석을 얼마나 채웠느냐로 공연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는 지자체의 시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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