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 근대 조각의 선구자 로댕

▨'신(神)의 손, 로댕' 展 / 서울시립미술관 / ~8.22

▲로댕 작
▲로댕 작 '입맞춤' 로댕전시본부 제공

해외 기회전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회화 분야에 비해 조각전은 드물었다. 그래서 2년 전 부르델 전에 이어 올 여름 로댕전이 같은 장소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비교적 큰 규모로 열려 주목을 받는다. 아마 올 초 덕수궁에서 열렸던 권진규전을 본 관객들이라면 이번 전시에서 더욱 새로운 감회를 가질 것이다. 또한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그리스 문명전에서 고대 조각을 인상 깊게 감상한 사람들이라면 이 로댕 전을 더 크게 환영할 만하다.

로댕은 '생각하는 사람' 등으로 너무 잘 알려져 있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도 많아서 쉽게 볼 수 있는 점 때문에 오히려 그의 작품을 진지하게 감상하지 못하고 간과하기 일쑤다. 그러나 마네나 모네처럼 서양미술사에서 시대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미학적 혁신을 성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상주의자들을 위시한 이후의 근대 조각에 미친 영향력은 너무 크다.

이 전시는 파리 로댕미술관에서 석고, 청동, 대리석 조각 113점과 종이에 그린 드로잉 작품 42점, 그리고 그 밖에도 참고 사진 작품 25점 등을 포함, 총 180점을 가져와 로댕 예술의 진면목을 엿 볼 수 있는 회고전의 규모를 갖췄다. 전시의 방식은 대표작을 중심으로 연대기적 테마 구성을 했는데 그의 초기작으로 유명한 '청동시대'로 시작해 단테의 '신곡'에 기초해 만든 그의 최대 역작 '지옥문'에 등장하는 '생각하는 사람'과 '아담'과 '이브'의 순으로 전개된다. 까미유 클로델과의 사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입맞춤'과 같이 관능적인 여러 작품들이 또 그 뒤를 잇는다. 그리고 그의 조각의 근대성을 가장 크게 드러낸 일련의 작품들, '발자크'상과 '깔레의 시민', '빅토르 위고' 등의 공공인물 조각상들로 마무리된다. 매끄러운 표면과 완전성이라는 대중들의 고전적인 취향에서 크게 벗어나 불합리한 비례와 거친 마무리, 미완성 같은 인상이 던진 당시의 충격은 근대 조각의 혁명이라고 일컬을 만한 것이었다.

대리석 재료를 다루는 전통적인 장인의 놀라운 조각 솜씨를 보다가 철학적인 사유를 담은 상징적인 작품 앞에서 그의 사상을 음미해보기도 하고 관능과 욕망의 화신으로서 실존적 한계를 드러낸 작품 앞에서는 전율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 로댕 작품의 매력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이미 낯익은 청동 작품보다 채색 석고작품이 다수 초대되었음을 주최 측은 상기시킨다. 직접 만든 손길이 스며든 점을 강조해 작가의 예술혼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평론가(ydk814@hanmail.net)

※'김영동의 전시 찍어보기'는 이번 회로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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