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 수가 없어요. 심지어 급식실에 파리가 날아다녀 불결하기 그지없어요."
시골 학교도 아닌 경산시내 한 중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파트 단지를 끼고 있는 경산시 백천동 삼성현중학교(2006년 3월 개교) 정문 앞 10m 도로를 접한 절대학교정화구역내에 닭 3만8천마리를 사육 중인 계사(鷄舍)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여름철이면 밀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닭의 각종 병해를 막기 위해 계사 창문도 활짝 열어놓기 때문에 계분 악취에다 닭의 조잘대는 소리가 한꺼번에 터져나와 바로 앞 학교 교사(校舍 )를 감싸 학생들은 찜통더위에도 창문을 열지 못한 채 수업을 해야하는 등 여름이면 매년 곤욕을 치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동안 경산시와 교육청 등에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시청도, 교육청도 "현 법규정 아래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민원을 외면해왔다. 최근 학부모 700여명은 학교 주변의 계사와 우사 등 축사를 이전해 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관련 행정기관에 냈으며, 국가권익위원회에도 민원을 낼 예정이다.
이와 관련, 주민들은 행정당국이 집단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계사에 대해 이전 지시 또는 폐업을 요구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2004년 현재의 학교 부지를 매각한 계사 주인이 지난 33년 동안 현 부지에서 닭을 집단사육해왔기 때문에 법규정상 계사 주인이 스스로 폐업 후 떠나지 않는 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것.
계사 주인은 "저도 아이를 둔 부모로 학교 측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학교 건립 당시 계사 부지를 매입해야 악취 등 문제가 발생되지 않는다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 후로 경산시나 교육청 측이 계사 이전 문제를 단 한번도 꺼내지는 않았다"면서 책임을 관련 당국에 돌렸다.
이런 가운데 경산시와 경산시교육청은 계사 부지를 신축할 백천초교 부지로 묶어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을 위한 초교를 건립할 계획으로 이미 86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그런데도 경산시의 어정쩡한 태도로 인해 백천초교 신축이 늦어지면서 삼성현중학교의 민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계사 부지에 초교가 들어서면 뒤쪽 삼성현중의 악취 문제는 완전 해소되지만 초등학교 시설 부지에 인접해 또 우사(牛舍) 3개가 더 있어 경산시가 '학교부지 인근 일정 거리안에 축사 등을 지을 수 없다'는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민원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경산시는 '학교와 10가구 이상의 마을 등 다중집합장소로부터 200m 내에서는 각종 축사를 건립하지 못하고, 학교 건립예정지로부터 200m내에서는 기존의 축사도 철거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7월 시행 하기로 하고 주민의견을 청취 중이다.
시 관계자는 "축사 신축 규제는 포항 등 대도시에서는 이미 시행에 들어간 것"이라며 "이번에 반드시 축사 규제를 강화해 시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산·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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