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8시 대구 중구 도시철도 반월당역. 출근길을 서두르는 시민들이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반월당역 3번 입구를 통해 우측통행으로 메트로센터를 거쳐 도시철도 1, 2호선 환승구로 가는 동안 마주오던 행인과 5번이나 얼굴을 맞대야 했다. 코너부분에서는 혼잡이 더욱 심했다. 아예 우측 좌측 개념 없이 중앙으로 걷거나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출근족도 많았다.
동대구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우측 보행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없이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보행 방향이 제각각이었고, 갈라졌다 모였다를 반복했다.
직장인 이영우(37·남구 대명동) 씨는 "오늘부터 우측보행을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수십년간 해 온 좌측보행이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는다"며 "걷다보면 나도 모르게 왼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1일부터 전국 대중 교통시설에서 일제히 우측보행이 시작됐다. 일제시대 좌측보행이 처음 도입된 이후 88년만에 바뀐 변화이지만 시민들은 혼란스러웠다. 이날 공항과 철도, 도시철도 역사 등 대구경북 대중교통시설에서 만난 시민들은 우측보행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이날 '우측통행 전면 시행'에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운영을 통해 역사 내 홍보 포스터 부착, 리플릿 배부, 입간판 설치, 역사 안내방송, 승강장 행선안내게시기 자막 표출, PDP 홍보 동영상 표출 등을 병행해 왔지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도시철도 이용객이 가장 많은 반월당역 역무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시범운영을 거쳤지만 에스컬레이터에서부터 좌측에 서는 사람들이 적잖게 보였다"며 "'좌측보행'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온 탓에 '우측보행'이 자리 잡으려면 상당 기간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우측보행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는 알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서태조(34) 씨는 "우측보행을 지키고 싶지만 여전히 좌측보행을 하는 사람들 탓에 좌측으로 걷게 되곤 한다"고 했다.
2호선 범어역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계단을 오르내리는 지하철 이용객들은 '우측보행'이라는 안내 문구에 아랑곳없이 뒤죽박죽이었다. 이용객들은 '좌측보행'을 굳이 지적하는 사람도 없거니와 '우측보행'을 하지 않더라도 통행에 큰 무리가 없지 않으냐는 반응을 보였다. 1일 오전 출근을 위해 2호선 두류역에서 내린 최준열(33) 씨는 "좌측통행이 몸에 밴 상태에서 우측통행을 권하는 게 무리인 것 같다"며 "'우측보행' 문구는 곳곳에 보이지만 강제사항도 아니고, 꼭 그래야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지난 1921년 일제가 도입한 좌측통행은 88년간이나 보행의 기본이 됐지만 왼쪽으로 걸으면 보행자끼리 부딪치기가 쉽고, 교통사고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된 것.
국토해양부는 "우측보행이 정착되면 보행속도가 20~70% 정도 개선될 것으로 분석되고 보행 중 충돌 가능성이나 보행 밀도가 줄어드는 등 보행안전과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불편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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