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내놓은 '학원 불법운영 신고포상금제', 일명 '학파라치' 제도가 도입 1년을 맞았지만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빛이 바랜 채 제도를 악용한 '전문꾼'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5천752건의 학원 불법운영이 신고됐다. 이 중 무등록이라고 신고됐지만 실제는 등록돼 반려 처분된 것이 절반에 가까운 2천308건이었다. 적정하게 운영되고 있거나 허위 신고인 경우도 1천412건이나 됐다.
포상금이 지급된 것은 1천105건(4억720만원)으로 교습료 초과징수 584건(1억7천520만원), 등록의무 위반 447건(2억2천100만원), 개인과외 교습자 신고 의무 위반 73건(1천63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경북도교육청도 사정은 비슷해 제도 시행 이후 총 1천968건의 신고 중 291건에 1억1천2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전체 신고 건수의 80% 이상이 등록된 학원이거나 학원수강료가 적정했다.
학파라치들이 포상금을 노려 학원장들을 상대로 "수강시간을 늘려주면 돈을 더 주겠다"는 식의 유도심문을 해 실제 수강료와 차이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는 게 교육청의 판단이다.
학파라치의 신고는 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다. 대구시교육청 산하 동부, 서부, 남부교육청은 모두 학파라치의 신고로 정상적인 지도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제도 도입 이후 2개월간은 무등록·미신고 교습이 양지로 나오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학파라치 양산'만을 초래하고 있다"고 했다.
서부교육청 관계자는 "1번에 50건씩 CD로 동영상을 담아 우편으로 신고하는 이들도 있다. '전문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북도교육청도 전문꾼들의 신고가 상당수라는 분석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가장 많이 신고한 사람은 1천215건을 신고한 1978년생 남자로 64건이 인정돼 포상금으로 2천170만원가량을 챙겼다"고 밝혔다.
학파라치가 들끓자 학원가에서는 학부모라면서 상담해 오는 이들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달서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K(55)씨는 "자칫하면 학파라치에 걸린다는 심리가 학원가에 팽배해 제도 시행 이후 몸을 사리고 있다"며 "교습료에 대해 집중적으로 묻거나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학생을 데려오라고 한다"고 귀띔했다.
수성구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C(36)씨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양질의 교육이 선택의 우선 조건이지 합법이냐, 불법이냐가 학원 선택 조건은 아니다"며 "정작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 잡아야 할 소규모 고액과외는 거의 단속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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