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남희의 즐거운 책읽기]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재능도 발휘할 기회와 함께 노력이 뒤따라야 정상에 설 수 있는 것

"타고난 재능이라는 게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다수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미국의 심리학자 에릭손 등이 베를린 음악아카데미 학생들을 연구한 바에 따르면 타고난 천재, 즉 다른 사람이 시간을 쪼개 연습하고 있을 때 노력하지 않고 정상에 올라간 연주자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불어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노력하지만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엔 뭔가가 부족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면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매직 넘버'라는 게 있을까? 미국의 저널리스트 출신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에 따르면 그것은 바로 1만 시간이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모차르트와 영국의 전설적 그룹 비틀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시자 빌 게이츠 등이 바로 1만 시간의 법칙에 적용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천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1만 시간의 노력만으로 그들이 위대한 아웃라이어가 된 것은 아니다. 빌 게이츠의 경우 공부에 빨리 흥미를 잃는 아들을 레이크사이드라는 사립학교로 옮겨줄 수 있었던 부유한 부모와 컴퓨터가 아직 귀하던 시절 컴퓨터를 무한정 사용할 수 있었던 특별한 환경 같은 것이 큰 작용을 했다. 하지만 밤낮으로 컴퓨터에 몰입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빌 게이츠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목장 주인으로 평범하게 살아가는 IQ 195인 크리스 랭건과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핵무기를 개발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둘 다 머리가 좋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대처하는 방법은 각기 달랐다. 저자에 따르면, 오펜하이머는 '실용 지능'이 높았다. 실용지능은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을 포함한다. 어떤 면에서 IQ는 선천적인 능력의 척도이지만 실용 지능은 후천적으로 습득해야 하는 지식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지식을 대부분 가족에게서 배운다.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의 특별한 법칙에 대해 말한다. '아웃라이어'의 사전적 정의는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이다. '왜 캐나다 하키 선수들은 1월생이 많은가?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75인 중 14인이 같은 나라에서, 같은 시기에 태어난 이유는? 유대인 이민자들이 미국 법조계를 장악한 이유는 무엇일까?'에서는 특별한 기회와 우연의 힘을 강조한다.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에서는 1년에 3천 시간씩 수백 년간 질척대는 논바닥에서 일하면서도 "1년 내내 해뜨기 전에 일어날 수 있다면 어찌 부자가 못 되리"라고 말해온 아시아 농부들의 부지런함과 끈기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비행기 추락에 담긴 문화적 비밀에서는 상하 위계질서가 엄격한 나라일수록 비행기 추락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자신이 컬럼비아의 백인 농장주와 흑인 노예의 후손임을 밝히면서 수많은 우연과 기회의 연속 속에서 오늘날의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슈퍼스타 변호사와 수학 천재, 소프트웨어 기업가 역시 역사와 공동체, 기회와 유산의 산물이다. 아웃라이어는 결국 아웃라이어가 아닌 것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들 역시 컴퓨터 천재나 위대한 예술가가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새벗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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