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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권력욕으로 자멸한 에른스트 룀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없듯이 권력의 자리 역시 두 사람이 앉을 수 없다. 나치의 준군사 깡패조직 돌격대(SA)를 이끈 에른스트 룀은 이런 진리를 재확인해준 인물이다. 히틀러 집권의 공신이었지만 비대해진 세력을 바탕으로 히틀러에 도전하다 1934년 오늘 비명에 갔다.

좌파적 성향, 남색(男色) 등 여러가지로 히틀러를 불편하게 했지만 숙청된 결정적 원인은 군권(軍權)에 대한 욕심이었다. 당시 SA는 무려 300만 명이나 됐다. 이는 베르사유조약으로 10만 명으로 묶인 독일 국방군의 30배나 되는 규모였다. 룀은 SA를 정규군으로 만들고 자신은 국방장관이 되고자 했다. 이는 프로이센 귀족이 장악하고 있던 군부의 반감을 샀고 이에 군부의 지지가 필요했던 히틀러는 그를 제거하게 된다. 1934년 6월30일 '장검(長劍)의 밤'으로 불리는 숙청 작전으로 SA간부를 포함, 85명이 살해됐다. 룀은 히틀러가 직접 체포했다. 독방에 갇혀 자살을 강요당했으나 거부하자 친위대(SS)장교 테오도어 아이케가 사살했다. 1877년 뮌헨에서 태어나 중위로 1차대전에 참전했다. 용감히 싸워 철십자 훈장도 탔다. 한때 히틀러의 긴밀한 정치적 동지였으나 권력욕에 취해 자멸했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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