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1시 15분 공군 대구기지(K2) 제11전투비행단 격납고 앞.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 F-15K 4대가 격납고 양 옆에 전시된 가운데 프로펠러가 달린 KT-1 훈련기 10대가 활주로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굉음을 내던 프로펠러가 멈춘 뒤 캐노피가 열리고 연한 황토빛 조종복과 흰 헬멧을 착용한 조종사들이 차례로 땅에 발을 디뎠다. 6·25전쟁 당시 조종사 복장을 한 이들은 장성환(91) 전 공군참모총장에게 힘차게 경례를 붙였다. 이날 행사는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전투기 F-51(무스탕) 인수와 출격 임무를 재현하고 당시 조종사들의 투혼을 기리기 위한 것.
1950년 7월 2일 일본 이다츠케(板付) 기지에서 F-51을 몰고 온 장 전 총장은 깊은 감회에 젖었다. 비록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출격과 지상 공격 대신 지상 기동과 조종사들의 보고만 재현했으나 그 의미를 되새기기에는 충분했다. 장 전 총장은 후배 조종사들이 자신과 함께 F-51로 현해탄을 건넌 동료 9명의 이름표를 달고 나타나자 따스하게 반겼다.
6·25전쟁 당시 한국 공군이 보유한 비행기라곤 L-4, L-5, T-6 등 연락기들뿐. 전쟁 발발 하루 뒤 공군은 F-51 전투기를 지원받기 위해 일본 이다츠케 미 공군기지에 장 전 총장(당시 중령) 등 조종사 10명을 보냈다. 장 전 총장은 "악천후 등으로 나흘 동안 1인당 30여 분 정도 훈련비행을 할 수밖에 없었으나 전황이 매우 급해 귀국을 서둘렀다"며 "2일 전투기 10대를 몰고 대구기지에 도착한 뒤 이튿날 바로 동해안 삼척지구 등으로 출격해야 했다"고 말했다.
훈련이 부족하고 지원 여건도 열악했지만 그들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이근석 대령이 출격 이틀째인 4일 경기도 안양 상공에서 피격당한 뒤 비상탈출을 마다한 채 적 탱크로 돌진, 숨을 거두는 등 동료 셋을 잃어야 했다. 장 전 총장은 "출격할 때마다 대공화기가 무수히 불을 뿜어내 조종사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엄청났다"면서도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심정으로 달려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F-15K 등으로 무장한 현재 공군 모습을 지켜보는 장 전 총장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는 "지금 세대는 우리와 많이 달라졌다. 마음이 든든하다"고 전했다.
재현행사에서 이근석 대령의 이름표를 단 채 KT-1을 조종한 양동현 소령은 "현재 우리 공군은 누구와도 당당히 싸울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고 화답했다.
행사에 함께한 이계훈 공군 참모총장은 "당시 F-51 전투기를 인수해 위기에 처한 조국을 지킨 선배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해야 한다"며 "필승의 신념으로 대한민국 공군의 자랑스러운 전통과 역사를 이어나가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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