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P3'에 환호성, '아이폰' 나오니 또 '깜짝'

2005-2010년 히트상품으로 본 시대상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상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진리다. 그렇기 때문에 그해 유행하는 제품들만 살펴봐도 사회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2010년 상반기 최고의 히트 상품과 5년 전 상품들을 비교하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살펴봤다.

◆가전제품은 진화한다

올해 가전의 강자는 뭐니 뭐니 해도 3D TV다.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지만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를 타고 상반기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손꼽힌 것.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3D TV가 첫 출시된 3, 4월에는 호기심에 그쳤던 것이,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 5월 이후부터는 전체 TV판매량의 60% 이상을 3D TV가 차지했으며 첫 경기 승리 이후에는 판매량이 2배 늘었다"며 "주로 46인치(300만원대 중반)와 55인치(400만원대)의 상품이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히트 가전으로는 스마트폰 열풍의 주역인 '아이폰'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과 소프트웨어 확장성에 앱스토어에서 제공하는 15만여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을 수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는 5년 전 한경희 스팀청소기와 아이리버 MP3, 프리미엄 에어컨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변화된 모습이다. 사실 5년 전만 해도 눈앞에 축구공이 날아오는 듯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3D TV는 상상을 못했다. 아이폰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 역시 상당히 먼 미래에나 실현될 수 있을 것 같은 공상 속 전화기였다. 그저 MP3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즐거움이 될 수 있었고, 무릎을 굽혀 물걸레질을 하는 수고를 덜어준 것만으로도 획기적이었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2005년에는 미국 나사에서 100년 만의 무더위가 찾아온다는 기상관측 결과를 내놓은 데다 때이른 4월 무더위까지 겹치면서 에어컨 매출이 전년 대비 200%에 가까운 신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행은 변한다

2005년 상반기에는 청바지 판매가 줄을 이었다. 주 5일 근무가 확대되면서 캐주얼 의류가 일반화되고, 클래식한 옷차림에서 탈피해 실용적인 의류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났기 때문.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진(Jeans) 의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62% 급상승하며 인기를 끌었다"며 "40대 이상 중년층의 수요가 가세하면서 30·40대 미시들부터 중장년 남성들까지 전 세대에 걸쳐 청바지를 즐겨 입었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5년이 지난 2010년에는 유행이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주 5일제의 정착으로 야외활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아웃도어웨어가 등산복에 국한되는 제품이 아닌 멋쟁이들의 필수품으로 등극한 것. 더구나 올해는 4월까지 계속된 이상 한파의 영향으로 가볍고 다양한 컬러에 보온기능까지 갖춘 아웃도어 경량 재킷이 전체 아웃도어웨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여성들의 패션도 5년 전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 2005년 상반기 백화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매출신장률을 기록한 것은 '볼레로' 제품. 웨이스트라인보다 길이가 짧은 재킷을 일컫는 볼레로는 당시 인기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이 선보이면서 그해 최고의 히트 의류로 손꼽혔다.

올해는 20년 만에 진 유행이 되돌아오면서 '버블링 진'이라 불리는 일명 '신세경 청바지'가 젊은층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올 3월 종영한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큰 인기를 모은 탤런트 신세경이 광고모델로 나선 버블링진은 빈티지 느낌에 흰색과 검정이 화려한 조화를 이뤄 다리를 길어보이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신발도 유행이 크게 변했다. 올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웨지힐'. 지난해 아찔한 굽 높이로 스타일을 살려주던 킬힐 열풍에 '편안함'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면서 웨지힐로 유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 밑창과 굽이 연결돼 일명 통굽신발이라 불리는 웨지힐은 올해 전체 백화점 여성 구두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5년 전에는 아예 굽 없이 밑창이 얇은 젤리슈즈가 유행했었다. 당시 젤리슈즈는 한 인터넷 쇼핑업체가 선정한 최다 판매량 제품으로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8만3천200켤레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미(美)와 건강에도 유행은 있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를 가진 '피부미인'은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형이다. 어릴 때 누구 못지 않게 깨끗한 피부를 자랑했던 여성일지라도 30대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되면 피부톤이 칙칙해지면서 기미와 잡티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올해도 피부미인에 대한 선호는 변함없이 이어졌다. 올 상반기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자랑한 것은 '화이트닝' 제품으로 전체 화장품 판매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그 중 미백 기능에 주름개선 기능을 더한 제품과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토털케어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2005년 상반기에는 이른바 얼짱 열풍에 탤런드 조인성이 남성용 마스크팩 광고모델로 등장하면서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팩 구매에 열을 올렸다. 간편하게 화이트닝과 보습효과를 얻을 수 있어 마스크팩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건강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지만 2005년에는 허브, 아로마 제품의 인기가 높았던 반면 2010년 상반기에는 홍삼 제품 매출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신종플루의 유행으로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홍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15% 이상 매출성장률을 보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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