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커퓨타임(Curfew Time)

대구공항은 국제공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해져 있다. 한때 주 36회에 달하는 국제노선이 있을 정도로 지방국제공항으로선 비교적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달랑 3개 노선만 남아 있고 그것도 중국 국적 항공사들 것이다. 2007년 대구공항 이'착륙 국제노선은 3천205편이었는데 비해 2009년에는 1천11편으로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국제공항의 면모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커퓨타임(Curfew Time'야간 운항 통제 시간) 때문이었다. 민간과 군대가 함께 사용하는 공항의 경우 군사 보안을 위해 야간에 운항을 통제한다. 커퓨타임은 노선 개설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항공업계에선 '쥐덫'으로 불린다.

이 커퓨타임으로 인해 대구공항에는 주말마다 대한항공 2대, 아시아나항공 1대 등 3대의 항공기 발이 묶여 있었다. 항공 수요는 넘치는데 비행기가 잠을 자고 있으니 항공사로선 대구공항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대구공항이 경사를 맞았다. 대구시'동구청과 공항 인근 주민, 공군 당국이 주말(금요일 오후 10시~토요일 오전 6시, 일요일 오후 10시~월요일 오전 6시) 및 연휴에 한해 커퓨타임을 전면 해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 이번 주말부터 적용되는데 1년간 운용해본 뒤 문제가 없다면 연장된다.

이번 합의는 이재만 동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의 끈질긴 주민 설득과 동구주민자치위원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공항 인근 주민들의 대승적 결단 덕분에 가능했다. 사실 대구공항 인근 주민들의 항공기 소음 노이로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전투기가 이륙할 때는 창문을 닫아도 일상적인 대화가 되지 않는다. 비행기 얘기만 나오면 얼굴이 어두워진다. 민간 항공기라고 해도 야간 운항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 주민들에겐 전혀 달갑지 않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지역민들의 편의를 위해 당국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지역 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불편은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자세에 지역민 모두가 감사해야 한다. 공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지역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된다는 자세로 주민 접촉에 나선 공무원들도 칭찬받을 만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커퓨타임 해제를 계기로 일본 동남아 중국 노선 신설 추진에 들어갔다고 하니 벌써부터 북적거리는 대구공항의 모습이 기대된다.

최정암 동부지역본부장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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