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씹고 마시는' 커피, '얼려 먹는' 발효유…역발상 마케팅의 힘

생각을 뒤집어라, 돈이 쏟아진다

"생각을 뒤집어라. 그러면 돈이 보일 것이다."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신선한 마케팅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틈새 시장을 공략해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해내는가 하면, 어제의 약점을 오늘의 강점으로 바꿔내고 있는 것. 유통가에 불고있는 '역발상 마케팅'을 들여다보자.

◆약점을 강점으로

상식을 뒤집는 음식들이 올 여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름을 맞아 식음료업계에서는 황당하거나 아이디어가 톡톡튀는 제품들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

던킨도너츠는 올해 '씹고 마시는 커피'라는 개념을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의 '마시는 커피'라는 통념을 과감히 벗어던진 것이다. 올 여름 던킨에서 선보인 '아이스 젤리라떼'는 기존 아이스 라떼에 젤리를 함유시켜 씹는 식감을 더한 제품으로 마시기만 하는 음료의 틀을 벗어던졌다. 던킨도너츠는 "아이스 젤리라떼는 마시는 음료에서도 재미를 추구하려는 젊은층의 톡톡 튀는 개성이 엿보여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에서는 얼려먹는 발효유 제품 '요러케'를 내놨다. 발효유를 아이스크림처럼 얼려 시원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 여름철 빙과류를 즐겨먹는 어린이들을 위한 간식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요러케'는 야쿠르트아줌마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으며, 냉장 유통된 제품을 집에서 직접 얼려 먹으면 된다.

동서식품은 달지 않은 아이스티 '티오'를 출시했다. 기존 아이스티의 단맛을 싫어하는 소비자를 위해 설탕의 함량을 3분의 1로 줄이고, 올리고당과 자일리톨을 첨가한 고급 아이스티다.

㈜선진은 지난해 5월부터 '날씬한 그녀를 위한 우리 자연이 기른 돼지고기'를 선보여 백화점에도 납품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돼지고기를 많이 먹으면 살이 찌기 쉽다는 약점을 오히려 경쟁력으로 부각시킨 것. 이 제품 포함된 '공액리놀레산'(CLA)은 체지방 감소효과가 있는 성분으로 CLA가 포함된 사료를 먹인 돼지고기의 CLA축적 비율은 약 1.3%로 일반 돼지고기보다 21배 이상 높다고 한다.

롯데백화점은 여름을 제외하고 3계절 입을 수 있는 모피 '마리노블'을 독점 판매 중이다. ㈜마리노블은 모피를 얇게 재단하는 '레이저 커팅 기술'을 가진 업체로 '모피는 무겁고 두껍기 때문에 겨울에만 입어야 한다'는 약점을 극복하고 봄, 가을, 겨울 모두 입을 수 있는 제품으로 변모시켰다.

◆인터러뱅?!

각 분야에서 '역발상 마케팅'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 것은 이제 기존에 제품을 만들어내던 방식 만으로는 수요를 창출해 내는 것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 때문. 그래서 새로운 '퍼플오션'으로 눈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퍼플오션이란 포화시장을 뜻하는 '레드오션'과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말하는 '블루오션'을 조합한 말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신수요층을 개발하는 전략을 말한다.

'인터러뱅'(interrobang)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인터러뱅은 감탄 의문 부호(!? 혹은 ?!)로 '의구심'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부호를 말한다. 무엇이든 '물음표'를 가지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느낌표'를 찾는 것으로, 통상적이고 정형화된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상식을 뛰어넘는 엉뚱한 사고로 해결책을 찾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신차 구입 후 1년 이내 실직시 자동차를 되사주는 '어슈어런스(Assurance) 프로그램'과 실직 소비자를 대신해 3개월간 자동차 할부금을 갚아주는 '어슈어런스 플러스'를 내놨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다들 움츠러들 때 오히려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전년대비 47% 급등한, 6만467대(미국 진출 사상 최대 판매량 기록)를 판매했다. 역발상 마케팅이 미국 시장에서 일본 닛산자동차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이다.

CJ오쇼핑은 지난해부터 일명 '블랙컨슈머'로 분류되는 까다로운 고객을 'VIP'로 모시는 역발상을 통해 반품이 잦거나 불평불만이 많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이를 경영에 활용하는 일석이조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고이사'(賢顧移社)라는 독특한 이름의 고객 모임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것. 현고이사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에서 따온 것으로 '현명(賢明)한 고객(顧客)이 회사(會社)를 움직인다'는 의미다.

이 현고이사로 뽑힌 고객 중에는 반품횟수만 200회에 달하는 고객이 있는가 하면 조목조목 제품의 문제를 지적해 상담원을 울린 고객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이들의 지적은 예리했다. 속옷 구매시 상하의를 따로 고를 수 없어 불필요한 제품을 사야한다는 불만은 곧장 CJ의 PB제품 구성에 반영됐고, 원하는 쇼핑리스트를 담아놓을 수 있는 '쇼핑찜'의 데이터 저장기간이 한달에 불과해 불편하다는 불평 역시 유효기간을 2년으로 늘리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CJ오쇼핑 측은 "이들의 쓴 소리를 귀찮고 껄끄럽다고 생각하기보다 한번 귀 기울여 들어보자는 생각에 고객 모임을 만들게 됐다"며 "홈쇼핑처럼 고객과 직접적인 대면 접촉 없이 판매활동을 펼치는 유통업체로서는 이런 '참소리'를 내는 고객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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