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와 함께] 얼음공장 체험

135kg 얼음덩이와 한바탕 씨름 온몸이 '氷글氷글'

기자가 제빙실 안에서 42년 동안 얼음일에 종사한 김광원 대표와 함께 얼음 만드는 과정을 체험해보고 있다.
기자가 제빙실 안에서 42년 동안 얼음일에 종사한 김광원 대표와 함께 얼음 만드는 과정을 체험해보고 있다.
기자가 135㎏짜리 얼음덩어리를 분쇄기 쪽으로 옮기고 있다.
기자가 135㎏짜리 얼음덩어리를 분쇄기 쪽으로 옮기고 있다.
기자가 얼음 분쇄기를 통해 나오는 작은 얼음조각들을 자루에 담고 있다.
기자가 얼음 분쇄기를 통해 나오는 작은 얼음조각들을 자루에 담고 있다.
기자가 대형 저빙실에서 맑은 얼음 5봉지가 들어있는 묶음팩을 나르고 있다.
기자가 대형 저빙실에서 맑은 얼음 5봉지가 들어있는 묶음팩을 나르고 있다.

"이번엔 무더위를 날려줄 얼음공장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그 열기에 묻혀 잠시 쉬었던 '기자와 함께' 코너가 얼음공장에서 다시 체험을 시작한다. 특집팀 기자들이 몸을 던져 망가지는 걸 독자들이 원한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야 그 분야에서 고생하는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

이번 주는 무더위가 본격화하는 7월을 맞아 얼음공장을 찾았다.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얼음공장은 지금이 가장 바쁠 때가 아닐까 생각하며 지역에서 제법 큰 얼음공장을 물색해 보니, 대구시 서구 중리동에 위치한 '태평냉동 얼음공장'이 검색됐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경남 일부 지역까지 얼음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였다. 직접 체험해보고 싶다고 요청하니 "바쁘지만 일단 와보라"고 했다.

◆얼음 옮기는 데만 땀이 한 바가지

얼음공장에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었다. 헐거운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에 장화만 신으면 바로 현장 투입이다. 차 한 잔 마실 여가도 없었다. 이날 하루 처리할 물량이 너무 많아 전체 공정을 안내받으며 체험하기는 어려운 상황. 기자가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공정 하나하나를 체험할 도리밖에 없었다.

첫눈에 띈 일은 135㎏의 큰 얼음덩어리를 쇄빙기계에 올려놓는 일. 얼음덩어리는 쇄빙기계를 거쳐 작게 분쇄한 뒤, 자루에 담아 냉동차로 얼음을 주문한 곳에 배달한다.

가로 140㎝ 세로 56㎝의 이 큰 얼음덩어리를 움직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큰 집게를 이용해 일단 얼음을 찍은 뒤, 방향조절을 하며 밀고 나가야 한다. 앞으로 향할 때는 집게로 찍은 뒤 집게 중심축을 앞쪽으로 밀어 움직이고, 뒤로 갈 때는 중심축을 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한 뒤 끌어야 했다.

말은 간단하지만 직접 해 보니 쉽지 않았다. 특히 쇄빙기계 쪽에 큰 얼음덩어리를 올려놓는 일은 방향을 정확히 맞춘 뒤 순간적으로 힘을 줘 밀어야 하기 때문에 조금만 잘못하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설명을 들어도 실수의 연속이었다. 바쁜데 방해가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얼음덩어리가 뒤로 밀리면 허벅지로 받치는 등 미숙한 모습을 연발하며 용을 써야 했지만 다들 너무 바쁜 탓인지 도움의 손길은 없었다. 혼자서 이리저리 얼음덩어리를 끌다 보니 땀이 줄줄 흘렀다. '와~따! 보기와 다르게 장난이 아니네.'

◆135㎏의 직사각형 얼음은 어떻게 만들까

제빙실에 들어서니 깜짝 놀랄 정도였다. 공장 시설비만 20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135㎏의 직사각형 대형 얼음덩어리가 500여 개나 들어가는 대형 냉동고가 두 줄로 쫙 갈려 있었다. 오른쪽·왼쪽 각각 28줄. 한 줄당 얼음덩어리 8개가 나란히 들어가 있었다. 주요한 일은 모두 자동화된 기계가 하고 있지만 사람 손이 순간순간 필요할 때가 많았다.

44, 45시간 동안 얼려진 이 얼음박스(135㎏짜리 8개 들이)는 크레인에 올려져 박스와 얼음을 분리시키기 위해 물에 한 번 담근다. 박스를 기울이면 한꺼번에 8개의 얼음덩어리가 미끄러지듯 나온다. 42년 동안 얼음에 인생을 바친 김광원(64) 대표가 이곳을 책임지고 있었다. 기자에게 크레인을 한 번 조작해 보라고 해 설명을 들어가며 움직여 보니 신기했다. 얼음이 꽁꽁 언 줄은 크레인으로 들어 제빙실 밖으로 출고하고, 빈 줄에는 다시 물을 채워넣고 뚜껑을 닫아 얼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문제가 터졌다. 크레인을 조작하는 김 대표에게 기자가 자꾸 말을 시킨 탓인지 크레인 고리가 박스에 잘못 걸려 강철로 된 고리가 휘어진 것. 고리를 망치로 두드려 다시 직각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30여 분을 두드리고 두드려 겨우 고리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기자 때문인가 싶어 미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는 얼음공장 가족'

김광원·곽순자 씨 부부와 성진·형기 형제 등 가족 4명이 모두 이 공장 직원이다. 김 대표가 외길 인생으로 걸어온 40여 년의 얼음일을 이제는 큰 공장으로 일궈 가족이 함께하는 곳으로 만든 것. 전자동화된 대형 얼음공장은 3년 전 지어졌다. 부인 곽 씨는 먹을 수 있는 작은 각얼음을 만드는 곳에서 종일 일한다. 마치 고춧가루를 빻는 방앗간처럼 생긴 이곳에는 곽 씨를 비롯해 4명이 더 있는데 소음이 너무 심해 말을 걸기조차 힘든 곳이었다.

두 아들은 밖에서 저빙실에 얼음을 저장·관리하는 일과 135㎏의 큰 얼음덩어리를 쇄빙기계로 가져가 분쇄한 뒤, 자루에 담아 각 공급처에 배달될 냉동차량에 싣는 일을 하고 있었다. 공장 부장인 형 성진(34) 씨는 "밖에서는 그저 얼음을 얼리는 단순한 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정이 많고 복잡하다"며 "특히 지금부터 8월 중순까지는 가장 바쁜 시기라 눈코 뜰 새 없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은 오전·오후 한 번씩. 이날은 오후 4시쯤 잠시 콩국수와 수박을 먹으며 땀을 식혔다. 힘들게 일하고 잠시 쉬는 것이라 새참은 꿀맛 같았다. 김 대표 가족 4명을 비롯한 직원 6명은 여름철이면 잠시도 숨 돌릴 겨를이 없다.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때로는 밤에도 휴일에도 일한다. 요즘은 겨울에도 공장이 돌아가지만 여름 한철 매상이 공장의 1년 매출을 결정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온전히 일에만 매인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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