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영애의 고전음악의 향기] 빈첸초 갈릴레이,'카메라타'의 리더

오페라
오페라 '에우리디체'에서 오르페우스 복장을 하고 있는 작곡가 페리.

예년에 비해 이르게 시작된 장마가 제대로 기승을 부리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장마전선이 올라오다가 북쪽 고기압에 밀려 뒷걸음질쳐 남부지방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여기에 습기 가득한 눅눅한 더위가 이어져 불쾌지수가 높은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활기차게 몸을 움직이며 밝고 즐거운 생각으로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털어버려야만 할 것 같다.

7월 2일은 여러모로 오페라와 깊은 관련이 있는 날이다. 클래식 음악 역사상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오페라가 탄생하는 데 산파 역할을 한 '피렌체 카메라타'(Florentine Camerata)의 리더였던 빈첸초 갈릴레이(Vincenzo Galilei)가 세상을 뜬 날이기도 하면서 18세기 오페라 최대의 작곡가였던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룩(Christoph Wilibald Gluck)이 태어난 날이기도 하다.

갈릴레이하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아무래도 지동설을 주장한 천문학자이자 철학자였던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다. 빈첸초 갈릴레이는 바로 갈릴레오의 아버지였다. 1520년경 피렌체 근처 몬테 산타 마리아에서 태어난 빈첸초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가장 저명한 음악가이자 이론가였던 차를리노(Gilseffo Zarlino)에게서 음악을 배워 류트 연주가이자 작곡가로서 명성을 떨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의 작곡 작품이 지금까지 남겨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당시의 엄격한 가톨릭적 세계관에 의한 천동설의 우주관에 대항해 지동설을 꿋꿋하게 밝힌 아들 갈릴레오의 모습에서 충분히 상상할 수 있듯이 빈첸초 역시 스승 차를리노를 비롯한 당시 16세기의 주요 작곡 기법인 다성음악(polyphonic style; 4, 5개의 성부가 독립적으로 노래하는 방식) 기법을 비판했다. 1581년 출판한 자신의 저서인 '고대 및 근대 음악에 관한 대화'(Dialogo della musica antica, et della moderna)에서 빈첸초는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모노디 양식'(monody styel; 단선율의 독창 성부에 화성적인 반주가 동반되는 양식)을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에 동참하는 음악가와 문학가들을 모아 새로운 성악 양식인 '오페라'(opera)를 만들어내게 되는 피렌체 카메라타를 결성하고 이끌어간 것이다. 오페라는 모노디 기법이 가장 잘 표현된 성악 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빈첸초 갈릴레이는 자신의 저서 '고대 및 근대 음악에 관한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단순히 지나간 세대의 권위의 무게에 기대어 어떤 주장을 하는 이들의 생각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판단한다. 나는 그들과는 반대로 어떤 아첨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탐구하고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할 것이다. 이로써 진리를 추구하는 자들의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만약 인간이 늘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위대한 업적이나 사실에만 의존해 새로운 진리 발견이나 과학적 탐구의 결과에 대한 수용을 두려워했다면 오늘날 인류의 역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음악을 포함한 예술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창작에 의한 새로운 작품의 탄생은 늘 있지도 않은, 불가능한 상상력의 결과가 현실화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도 꿈꾸지 않은 새로운 창작의 아이디어에 도전하는 젊은 예술가가 어디선가 숨쉬고 있을 것이다.

최영애 영남대 겸임교수

※'고전음악의 향기'는 이번 회로 끝을 맺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