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실수사' '기강해이' 대구경찰 완전히 풀렸다

자질 부족·리더십 결여·실적주의 겹쳐 강력사건 뒷북대응

납치·살해, 성폭행 등 강력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대구 경찰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경찰의 난맥상은 경찰 개개인의 자질문제를 넘어 성과·실적주의에 매몰된 소통의 부재와 수뇌부 리더십 결여가 낳은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구경찰청은 지난달 23일 납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수성구 범물동 납치 여대생의 집에서 술을 마시고 낮잠을 잔 수성경찰서 C경위를 문책인사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C경위를 고산지구대로 발령낸 데 이어 감찰조사가 끝나는 대로 징계할 예정이다.

C경위가 술을 마시고 낮잠을 잔 그날은 납치 피의자가 피해 여대생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9차례나 걸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해당 경찰관은 뒤늦게 유족들에게 무릎 꿇고 사죄했지만 유족들과 시민들은 땅에 떨어진 경찰 기강에 할 말을 잊었다.

경찰의 기강 해이는 여대생 납치 일주일 전에도 있었다. 피의자가 여대생 납치 장소에서 불과 700m 떨어진 곳에서 여성 납치를 시도하다 미수에 그쳤지만 피해여성 신고를 접수한 지구대는 단순 폭력사건으로 경찰서에 보고했다. 신고만 제대로 접수됐어도 사전에 피의자를 검거해 여대생 납치·살인을 막을 수 있었다.

대구 경찰의 수사력에도 큰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달 23일 오후 7시쯤 달서경찰서는 대구 달서구 호림동 모다아울렛 앞 네거리에서 피의자 차량을 발견했으나 검거에 실패했다. 당시 경찰은 "도주한 피의자가 주변 지리에 너무 밝아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변명을 늘어놨다.

이후 경찰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등 주요 길목의 검문·검색도 소홀히 했다. 용의자는 같은 날 오후 아무 제지 없이 대구를 빠져나가 10시쯤 경남 거창군 88고속도로 거창톨게이트 부근에서 이씨를 목졸라 숨지게 하고 고속도로변 배수로에 버렸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29일 대구경찰청은 지인들과 포커 도박을 벌인 동부경찰서 경위 1명과 북부경찰서 경위 1명에 대해 해임 의결했다. 앞서 28일 오후 9시쯤에는 달성경찰서 B경위가 달서구 대천동 아파트에서 술에 취한 채 동거녀(33)와 말다툼 끝에 주먹을 휘두르다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동료 경찰관들에게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 기강 해이와 부실 수사가 연이어 터지고 있는 데 대해 경찰 내부에서도 수뇌부의 리더십 부재를 꼬집고 있다.

현장의 경찰관들은 "청장과 서장을 비롯한 수뇌부가 성과, 실적에 목을 매고 부하 직원에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해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듯이 부하직원에 책임을 전가하거나 걸핏하면 신상필벌을 외치는 지휘부의 리더십 부재가 경찰 기강을 흔드는 주범이라는 것. 또 납치신고 후 범행 발생 지역(수성경찰서)에 수사본부를 구성하려다 용의 차량이 달서구 지역에서 발견되자 수사본부 구성을 미룬 것은 수뇌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지만 아무 말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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