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책에서 남편을 잃은 한 여인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 여인에게는 사업에 성공한 아들이 있었는데 하루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요즘 돈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제가 매달 보낸 돈과 편지를 못 받으셨나요?" 그러자 어머니는 "네 편지는 받았는데 무슨 돈을 말하는 거냐? 네가 보낸 것은 편지와 네 이름을 휘갈겨 쓴 종이조각뿐이던데." 알고 보니 그녀의 책상 서랍에는 현금화하지 않고 버려진 보증수표 수천달러가 들어있었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도 이렇게 보증수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대로 방치하다가 가치를 잃어버리고 마는 일상건강에 대한 보증수표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사전 관리가 이루어지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잇몸병은 그 대표적인 예이며, 잇몸병으로 인한 입냄새 또한 여기에 해당한다.
여름철 특히 신경 쓰이는 입냄새는 잇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잇몸병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치아를 둘러싸고 있고 있는 잇몸과 치아 사이에는 작은 틈이 있는데 그 틈 사이에 음식물찌꺼기가 스며들었다가 세균과 결합해서 부패하면 잇몸병이 생기기 시작한다. 여름철이 되면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구강 내 세균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잇몸병이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입냄새가 나게 된다.
이러한 잇몸병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꾸준한 칫솔질을 통해 치아와 잇몸 사이의 음식물찌꺼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칫솔질이란 것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음식물찌꺼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못하고 남게 되면 치태와 치석이 쌓이고, 잇몸과 치아 사이가 점점 벌어지면서 잇몸병이 발생하기에 치과에서 1년에 1, 2차례 정도의 정기검진과 스케일링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병원진료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식생활 습관이다. 입안 세균의 에너지원이 설탕이기 때문에 설탕이 첨가된 음식이 아닌 과일 채소 등을 간식으로 먹도록 생활습관을 바꾼다면 잇몸병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또한 차의 불소성분은 치아와 잇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녹차나 홍차를 마시는 것도 좋다. 이러한 식생활과 함께 유용한 잇몸체조도 있다. 침은 입안을 청결히 해주는 작용이 있기에 혀끝으로 좌우측 볼 안쪽과 좌우 아래턱 부위, 좌우 혀밑을 강하게 문지르면 침샘이 분비되면서 입안을 청결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어렵지 않은 체조이기에 출퇴근시간 혹은 가사 일을 하면서도 쉽게 할 수 있다.
큰 노력과 거창한 방법이 아닌 작은 지식과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잇몸병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러한 작은 이해와 실천을 간과한다면 보증수표를 가지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여인처럼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잇몸 건강 보증수표를 현금화해 본다면 어떨까?
이희경<영남대학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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