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천대교 버스 참사…'안전불감'이 대형참사 불렀다

고장차 방치한 앞차, 과속한 뒤차, 허술한 가드레일

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부근에서 24명이 탄 고속버스가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119구조대원들이 크레인을 동원해 부서진 버스를 옮기고 있다.
3일 오후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대교 부근에서 24명이 탄 고속버스가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119구조대원들이 크레인을 동원해 부서진 버스를 옮기고 있다.

3일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중구 인천대교 버스 추락 참사는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고속도로 안전시설물이 빚어낸 참사였다.

버스 운전사는 규정 속도를 어긴데다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았고 사고 빌미를 제공한 마티즈 차량 운전자 역시 차량 고장 시 취해야 하는 안전요령을 지키지 않았다. 이와 함께 가드레일 등 고속도로 안전시설물도 부실해 큰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처참한 사고 현장

4일 오후 2시 인천시 중구 영종도 인천대교 요금소 주변 버스 추락현장. 처참했던 사고 당시 흔적(3일 오후 1시 17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추락 지점의 가드레일(높이 83㎝)은 엿가락처럼 휘어져 찢겨 있었고 도로 위에는 스키드마크 자국이 선명했다. 2, 3차로에 걸쳐 100m가량 선명하게 찍힌 스키드마크에서 긴박했던 사고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가드레일 4.5m 아래 추락지점에서도 아비규환의 당시 참상을 짐작하게 했다. 추락 충격으로 뜯겨 나간 버스 좌석 시트 6개와 차체에서 떨어져 나온 각종 부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사고 버스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검은 기름이 비와 섞여 바닥을 흥건히 적셨고 곳곳에 혈흔과 뻘이 범벅되어 있었다.

◆안전불감증 화 키웠다.

이날 사고는 인천대교에서 영종IC 톨게이트를 지난 300m지점에서 사고버스가 고장 나 멈춰 서 있던 마티즈 승용차를 뒤따르던 1t 화물트럭이 1차 사고를 내면서 발생했다.

인천대교 요금소 하이패스 구간을 지나 사고 버스가 운행한 궤적을 그대로 달려본 결과 안전 규정을 준수했다면 버스가 충분히 멈춰 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야가 확 트인 구간이었고 하이패스 규정 통과 속도가 30㎞/h이기 때문에 사고 지점까지 속도를 많이 높여봤자 일정속도를 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버스 운전자의 안전 부주의와 과속 가능성이 주된 사고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버스가 앞차와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았고 과속(102㎞/h)으로 달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하이패스를 통과하면서 권장속도인 시속 30㎞/h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100㎞/h다.

마티즈 운전자가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도 화를 키웠다. 사고 발생 25분 전 인천대교 요금소를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마티즈 차량은 고장으로 사고 지점에서 10분쯤 서 있었지만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마티즈 운전자는 도로에서 차가 멈춰 선 만큼 후방 100m 지점에 사고를 알리는 안전표지를 세웠어야 하지만 비상등만 켰을 뿐 추가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특히 운전자는 톨게이트를 통과해 처음 공터에 섰을 때 인천대교 직원이 '차를 고쳐서 가라'고 했지만 무리하게 고속도로로 진입해 이번 사고의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과실 혐의로 이들 운전자를 형사 입건할 방침이다.

◆허술한 안전시설

가드레일 부실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사고 구간 가드레일은 높이가 83㎝에 불과해 고속버스 등 대형차량 사고를 막아낼 수 없었다. 또 철제가 아닌 시멘트로 만들어졌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날 오후 1시 20분부터 경찰, 도로교통공단, 119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사고 경위를 재현한 현장 검증에서 유족들은 직접 가드레일을 흔들어 보이며 "내가 밀어도 가드레일이 흔들릴 정도인데 무슨 수로 버스를 막겠느냐, 허술한 가드레일이 참사를 불렀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은 사고 현장의 가드레일에 대해서도 시공업체(코오롱건설)와 관리주체(인천대교 주식회사, 한국도로공사)를 대상으로 재질과 설계 등 설치 규정을 지켰는지 수사하고 있다.

인천에서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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