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로의 말 한마디 안한 인천시장…합동분향소도 마지못해 약속"

유가족 슬픔속 분노

3일 가족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한달음에 병원을 찾은 유족들은 비통한 마음에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했다. 이내 눈물도 말라 버렸다. 사고 발생 다음날인 4일 오후 5시쯤 인하대병원 로비에서 만난 10여 명의 유족들의 모습은 초췌했다. 슬픔에 북받쳐 복도에 털썩 주저앉은 유족들은 초점 잃은 눈으로 앞만 응시할 뿐이었다.

망연자실한 유족들은 인천시의 무성의한 행태에도 울분을 토했다. 사고 발생 직후 인천시와 인하대병원을 상대로 합동분향소 설치를 요청했지만 장소와 비용 문제로 계속 거부당한 것.

'인천대교 버스사고 유가족 대책 위원회' 황병원 위원장은 "승객들이 대부분 대구·경북 사람들이고 버스 회사도 대구 회사라지만 인천에서 12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 후 이틀이 지났는데도 분향소 하나 설치 못해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고로 동생이 중태인 정모씨는 "동생이 머리를 크게 다쳐 의사 말로는 언제 숨이 멎을지 모른다고 하는 데 이틀 동안 인천시 직원 한 명 볼 수 없었다"며 "이렇게 무성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빈소를 차린 고 임찬호(42) 교수 유족들도 인천시가 보이는 행태에 분노했다.

임 교수는 부인과 자녀 3명과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중 아들(7) 하나만 남긴 채 일가족 4명이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유족들은 "4일 인천시장이 잠깐 빈소에 얼굴만 보이곤 우리들에게 별 말없이 떠났다. 유족들의 슬픔을 이해했다면 '유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라도 한번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유족들의 거센 항의가 일자 인천시와 인하대병원은 뒤늦게 병원 장례식장 한 곳에 합동분향소 설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유족들은 분을 쉬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의 성의 없는 대책에 장례라도 제대로 치를 수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유족 측은 "합동분향소를 설치한다지만 지금까지 시가 보인 모습을 보면 장례절차에도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을 것 같다. 유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시의 행동은 사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라며 격분했다.

한편 포항시와 경주시는 사고 발생과 동시에 시청 등에 상황실을 마련하고 담당 공무원들을 인천으로 올려보내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임상준기자·노경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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