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부산 등지에서 연이어 터진 아동 성범죄 사건과 관련, 근본적이고도 상시적인 성범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시민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정부와 사법기관은 그동안 여성 및 아동 성범죄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봇물 터지듯 처방을 내놓았지만 '땜질식 처방'에 그쳐 범죄 예방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아동 성범죄 예방수위를 높이면서 끊임없이 보완을 해 나가고 있어 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건 때마다 요란만 떠는 한국
지난해 말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조두순 사건'에 이어 '김길태 사건' '김수철 사건'이 되풀이될 때마다 아동 성폭력에 대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별다른 실효성은 없었다.
'조두순 사건' 때는 '낮은 형량과 음주감경'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형량을 높이고 음주감경(음주나 약물복용 상태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법상 감경조항 적용)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과 대책들이 수없이 나왔고, '김길태 사건' 때는 '동종 성폭력 전과가 있음에도 전자발찌를 부착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전자발찌(2008년 9월 이후 범죄자 시행) 3년 소급 적용과 신상공개를 중심으로 한 대책 마련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김수철 사건'으로 '8세 여아가 학교 복도에서 끌려가 성폭행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마치 학교가 성폭력 범죄의 온상이기라도 한 듯 관련 대책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 성범죄가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동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근본적인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경대 양원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동 성범죄의 경우 양형 기준을 높이고 화학적 거세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동 성범죄 신상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효율적인 경찰 전산망 구축과 전문 인력 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내년 7월 시행을 앞둔 화학적 거세 제도에 대한 논란도 숙지지 않고 있다. 자칫 성범죄 예방 효과보다는 인권 침해 등 역효과만 커질 수 있다는 것. 대구경북해바라기아동센터 최순화 부소장은 "아동 성범죄가 재범률이 높은 특징을 보이는 만큼 성범죄자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등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차원에서 성범죄 예방책을 강구해야지 무턱대고 화학적 거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자칫 성범죄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악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책임 다하는 선진국
사후약방문식의 처방만을 쏟아내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성범죄자 사후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성범죄를 막기 위한 강력한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동시에 예방책의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등 내실 있는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성범죄 전과자 규제가 아주 엄격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상시적 제도 보완을 통해 성범죄를 줄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가석방된 성범죄자의 모든 관련 기록을 영구히 보관하도록 하는 한편, 성범죄 전과자들에게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해 움직임을 주시하고 제한 지역에 갈 경우 경찰에 즉각 경보가 울리도록 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성범죄 전과자에게 납치돼 18년간이나 감금된 채 성폭행당하고 아이까지 낳았던 피해 여성에 대해 약 2천만달러(245억원)를 배상키로 하는 등 성범죄에 대해 사회적 책임까지 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성범죄자 온라인 접속 제한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또 2008년부터 월릭셔, 클리블랜드, 켐브리지셔, 햄프셔 등 4개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해 오던 '성범죄 전력 신상 조회 제도'를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자녀를 둔 학부모나 보호자가 언제라도 성범죄자들의 신상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한 것.
오스트레일리아는 성범죄자들을 대상으로 경중에 따라 전자팔찌 부착 후 GPS를 통해 행적을 감시하거나 거주지를 제한하는 등의 사후관리제도를 운용 중이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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